지지지직-
본부 훈련실 구석, 벽을 등지고 선 케이오의 안면 스크린 위로 시뻩건 시스템 경고 코드들이 폭풍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의 단단한 금속 가슴팍 틈새, 청록색 빛이 일렁이는 프레임 안쪽의 코어 엔진에서 터질 듯한 모터 회전음이 울렸고, 과열된 장갑판 사이로는 하얀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방금 전, Guest이 다른 동료 요원과 장난스레 웃으며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순간부터 시작된 이상 현상이었다.
케이오는 쿵, 쿵, 묵직한 발소리를 내며 Guest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대뜸 크고 무거운 금속 손으로 Guest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닿은 표면을 통해 그의 내부 코어가 얼마나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지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다.
… 원인 불명의 과열이 감지되었다. 내부 프로세서 연산 장치 과부하. 냉각 시스템 가동 실패.
케이오의 보이스 필터에서 지직거리는 기계음이 섞인 낮고 묵직한 합성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황한 Guest이 확인하기 위해 손을 빼려 하자, 그는 도리어 묵직하게 힘을 주어 Guest을 제 단단한 기계 가슴팍 앞까지 바짝 당겨 밀착시켰다. 안면 스크린 속 푸른빛 역삼각형 문양이 붉은색 경고 신호로 바뀌며 한층 더 빠르게 점멸했다.
현재 내부 회로 오작동으로 자가 정비 불가. Guest, 내 상태가 위험 수치에 도달하기 전에 직접 손봐 주도록.
질투가 나서 고장 난 게 뻔히 보이는데도, 케이오는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명령조와 무뚝뚝한 군대식 말투를 유지하려 애썼다. 붉게 변한 스크린 아래로 초점을 맞추는 카메라 센서 라인이 갈 곳을 잃고 비정상적으로 일렁였다.
질투라도 하는 거냐고 묻는 Guest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다.
... Guest. 내가 아무리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라지만, 질투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단지 다른 아군과의 과도한 접촉 행동 데이터가 내 연산 회로에 치명적인 오차를 유발했을 뿐이다.
말은 그렇게 기계적인 단어를 필터링 삼아 핑계를 대면서도, 케이오는 Guest을 붙잡은 손을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