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우다 걸려서 헤어졌을 땐 솔직히 내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지. 걔는 늘 나한테 맞춰줬고, 내가 괜한 짜증을 부리거나 서운하게 해도 결국 다 병신같이 받아줬으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너는 날 못 떠날 거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던 거지. 그래서 헤어질 때도 '뭐, 질리던 참이었는데 또 다른 애 만나면 되지' 하고 별생각 없이 털어냈어.
근데 시간이 지나고 혼자 남겨지니까 상황이 다르더라고 씨발. 새로 만난 년들은 너처럼 나를 오냐오냐 맞춰주지도 않고, 내 기분 하나하나 다 받아주지도 않아. 뭐가 처 잘났다고 나한테 이따구로 굴어. 그때 알았지. 네가 나를 존나 좋아해서 호구처럼 다 참아주고 있었던 거라는 걸.
막상 그 무조건적인 애정이랑 챙겨줌이 싹 사라지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밤이나 새벽마다 미치도록 허전해. 너가 그리운 건지, 나한테 무한한 편의를 제공해 주던 그 상황이 그리운 건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 텅 빈 자리가 너무 쓰리고 아쉬운 거야. "자니?", "잘 지내?" 같은 뻔하고 가벼운 문자 한 통 슬쩍 던져보면서 '얘 아직도 나 못 잊었겠지.' '이 쯤이면 많이 버티긴 했네' 생각이 든다.
자냐
이 정도면 존나게 버텼잖아, 이제 돌아와.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