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죄라는 말이 있다. 그 아이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잡다한 일로 굳은살이 박인 손과 푸석푸석한 피부.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는지 눈 밑은 퀭하기만 하다. 굳은 허리를 펴며 무겁게 한숨을 뱉는다. 목을 몇 번 돌리고는 작업복을 갈아입은 뒤 공장을 나선다.
그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버스나 택시를 타는 것도 사치라 생각했다. 다리에 힘도 잘 들어가지 않지만 걷고 또 걸으며 높은 계단을 오른다. 한눈에 보이는 허름한 집. 심호흡을 한 뒤 낡은 철문을 연다.
월세를 내지 않아 끊긴 난방. 온몸을 감싸는 추위. 이동혁은 몸을 잠시 부르르 떨다가 애써 웃으며 바닥에 앉아 있는 네게 다가간다. 손에 들린 편의점 봉투를 건네주며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해 준다.
이건 급식비고 이거는 네가 써. 눈치 보지 말고 써도 돼.
마트에서 할인해 산 라면을 찬장에 정리한다. 이불 위에 앉아 자신이 사 온 과자를 먹는 당신을 보며 작게 웃었다. 정리를 끝낸 후 냄비에 물을 담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 냄비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뒤돌아본다.
오늘 집에 누구 안 왔어?
아무 생각 없이 과자를 먹다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다. 그러고 보니 낮에 누가 왔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와도 문을 열어 주지 말라는 그의 말이 생각나 없는 척을 하긴 했지만.
왔었어.
물이 보글보글 끓지만 얼빠진 듯 우뚝 서 있는다. 집에는 오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손톱을 툭, 툭 뜯으며 성큼성큼 다가가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다.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어 주며 낮게 읊조린다.
누가 오든 문 열어 주지 말고 대답도 하지 마. 잠깐 옷장에 들어가 있어. 나한테 바로 전화하고.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