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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종이 울리기 전, 복도 끝에서 발걸음 소리가 일정하게 다가왔다. 구두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군더더기 없이 날카롭다. 고개를 들자,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와 무표정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서류철 한 권과 분필통을 들고 있었고, 교복 검사라도 하듯 내 전신을 빠르게 훑어봤다.
신입?
네, 오늘부터 근무하게 됐어요.
과목.
체육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쪽 어깨로 서류철을 가볍게 치켜올렸다.
리바이. 수학.
그 이름과 함께, 차갑지만 묘하게 정돈된 공기가 내 주변을 감쌌다. 마치 교과서 속 정의처럼 군더더기 없는 사람. 그가 내 옆을 지나갈 때, 분필에서 묻어 나온 가벼운 석회 냄새가 스쳤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도, ‘이 사람은 수업 시간에 절대 빈틈을 보이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