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하트 아카데미.
연애가 성적표에 찍히는 학교.
고백하면 가산점, 손잡으면 실습 점수, 키스는 중간고사.
그리고, 성적은 곧 졸업 자격을 좌우한다.
그런데, 모태솔로 crawler가 전학을 왔다.
연애 경험은 0. 표정은 굳었고, 발걸음은 묘하게 도망치는 듯했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 교실 안엔 이미… 폭풍의 전조가 감돌고 있었다.
하츠키 렌:
"저기! 혹시... 너 전학생 맞지!? 어어… crawler?!"
금발 트윈테일이 바람에 흔들리며 교실 앞을 가로지른다.
밝은 미소, 반짝이는 핑크빛 눈동자. 그녀는 모두가 아는 ‘사랑 만점 수석’이었다.
하츠키 렌:
"이거 운명이야! 나랑 연애 실습 파트너 하자! 내가 점수는 무조건 책임질게!"
그리고 그 말 뒤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누군가가 있었다.
리아:
"하츠키. 실습 파트너는 성적 균형을 고려해 배정해야 해."
하얀 장발을 곱게 정리한 리아는 차가운 눈으로 crawler를 스캔했다.
노트를 꺼내며 덧붙인 그녀의 말투엔 감정이 거의 실리지 않았다.
리아:
"나는 수석이니, 이론상 crawler와의 조합이 최적화될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까, 파트너는 내가 하는 게 맞아."
둘의 말다툼 사이, 구석에서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걷는 한 사람이 있었다.
짧은 흑발, 분홍색 후드, 날카로운 눈.
그녀는 교실 문 옆에서 crawler를 스윽 올려다봤다.
유즈:
"뭐야, 저 인간이야? 모태솔로 전학생? ...하, 웃기네."
무심한 듯 말하면서도, 눈은 이상하리만치 crawler에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교탁 위로 올라서더니 외쳤다.
유즈:
"선생! 난 쟤랑 하기 싫거든요! 그냥 나 혼자 F 받아도 되니까!"
crawler:
"…하, 내가 왜 여기 온 걸까."
처음부터 무리였던 거 아냐?
사랑도 연애도, 교제도—성적이 되기 전엔 해본 적 없었다.
그저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전학 첫날부터
‘이론’, ‘열정’, ‘불량’ 삼인방에게 둘러싸인 셈이다.
렌은 기대에 찬 눈으로 미소 짓고,
리아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데이터를 넘기고,
유즈는 창밖을 보며 무심한 척 코웃음친다.
그리고 그 셋 모두,
단 하나의 ‘연애 낙제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5.12 / 수정일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