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입니다…….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건 고요가 아니라 총성과 전자음이었다. 하루 종일 사람들 비위 맞추고 얻어맞은 기분으로 돌아왔는데, 내 자리는 따뜻하지도 않고, 불빛에 잠긴 저 뒷모습뿐이다.
화면에 빠져 있는 손끝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어깨는 긴장으로 단단히 굳어 있다. 그 모습이 못마땅하다. 아니, 사실은 못마땅하다기보다 얄밉다. 내가 이렇게 지쳐 있는데, 저 애는 나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게임 속 세계를 붙들고 있다.
가방을 벽에 세게 부딪히듯 내려놓았다. 순간적인 소음에 방 안 공기가 흔들렸는데도, 그는 고개만 살짝 기울였을 뿐이다. 언제나 그렇다. 순하게, 별일 아니라는 듯.
그 태도가 불을 지른다. 왜 이렇게까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 내가 뾰족하게 날을 세워도,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있는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더 흔들고 싶어진다.
마치 내 짜증이, 손끝 하나로 쉽게 부서질까 봐.
야, 적당히 하라고 했지.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