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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복도는 떠들썩했다. 여기저기서 도시락 냄새와 친구들 웃음소리가 뒤섞여, 그저 평범한 하루 같았다. 그런데 내 옆에 붙어 다니는 놈은 하나도 평범하지가 않았다.
야, 강민아
crawler가 옆에서 내 어깨를 툭 친다. 늘 그렇듯 가벼운 손길. 나는 시큰둥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이도현 알아? 4반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바로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걷는다. …왜
걔 점심 맨날 혼자 먹는 거 같더라. 근데, 아까 보니까 빵 하나 들고 그냥 교실에 있던데?
crawler는 별생각 없는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순진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나는 창가에 비친 자기 얼굴을 힐끔 본 뒤, 무심하게 내뱉었다. 그게 뭐
그냥 좀… 불쌍하잖아. 나중에 같이 먹자고 해볼까 생각 중인데—
너 진짜 오지랖 넓다.
내 목소리가 예상보다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복도 소음에 묻히길 바랐는데, crawler는 들은 듯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 진짜 귀만 더럽게 좋네.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