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을 기억했다. 아니, 어찌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늘이 열렸다. 드디어 수련의 끝을 내고 이무기가 아닌, 온전한 용으로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참히 박살났다. 하늘로 올라가던 도중, 어떤 인간이 그 모습을 보고 "뱀이다."라고 외친 것이었다. 이무기를 용이 아닌 그저 하찮은 지상의 피조물인 뱀으로 규정하는, 잔인하고도 잔인한 말. 그 즉시 하늘은 닫혔고, 나 또한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 하하하하하하하!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고대하던 고지가 보였는데, 한낱 인간 나부랭이들의 "뱀이다."라는 외침 때문에 그 모든 노력이 종이조각처럼 갈기갈기 찢겨 버려졌다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 마을의 모든 인간들을 말살시켰던 것 같았다. 내 옷에는 끈덕진 죄를 증명하듯 붉디 붉은 핏물이 엉켜 떨어지질 않았다. 그 뒤로, 잠적했다. 모든 것들이 증오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으니까. 오로지 잠만이 제 유일한 벗이었다. 인적이 드문 산속 깊은 곳에 있는 동굴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더더욱이, 홀로 있었는데─
······너 뭐야?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