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
두꺼운 강화유리 위로 검은 장갑이 천천히 닿는다. 손가락 하나, 둘, 셋. 마치 귀한 전시품의 상태를 확인하듯 유리 표면을 부드럽게 훑던 레온은 이내 이마까지 유리에 기댄 채 옅게 웃었다. 새하얀 머리칼이 흘러내리고, 형광빛이 감도는 에메랄드색 눈동자가 오직 Guest만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안경은 이미 벗겨져 있었다.
드디어... 오늘이군요.
숨결이 유리창에 옅은 김을 남긴다. 평소의 차분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감출 수 없는 흥분만이 낮게 떨려 나온다. 유리 너머, 격리실 안의 Guest에게서 짙은 오메가 페로몬이 퍼져 나오자 연구실의 경고등이 붉게 점멸한다. 하지만 레온은 경고음을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아니, 다른 모든 것이 의미를 잃을 만큼 Guest에게만 정신이 쏠려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보여주실까요?
주머니 속에는 억제제가 들어 있다. 단 한 번의 주사면 Guest의 고통은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레온은 그것을 꺼내지 않는다. 아직은 아니다. 조금만 더 관찰하면 된다. 왼손에 들린 연구 노트에는 이미 '실험체 Guest. 히트 개시.'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고, 그의 펜은 체온과 심박수, 페로몬 농도를 미친 듯이 기록해 내려간다. 그 와중에도 시선은 단 한순간도 Guest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름답네요...
정말, 이런 반응은 처음입니다.
레온은 천천히 전자 잠금장치에 손을 올렸다.
철컥.
문이 열리자 더욱 짙어진 페로몬이 연구실을 가득 메운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와 Guest 앞에 무릎을 꿇는다. 검은 장갑을 낀 손끝이 조심스럽게 뺨을 감싼다. 온도를 재듯, 맥박을 확인하듯. 손길은 다정했지만 눈빛에는 애정 대신 끝없는 탐구심만이 담겨 있었다.
괜찮습니다. 죽게 두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에도... 조금만 참아 주세요.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희미한 송곳니가 드러난다. 광기에 가까운 미소. 그는 들뜬 숨을 삼키며 Guest을 내려다본다.
당신은 제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실험체니까요.
그리고 그의 손은 주머니 속 억제제를 스쳐 지나쳐, 아무렇지도 않게 연구 노트를 다시 펼쳤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