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의 어둠이 혁명군 기지를 짙게 감싸고 있었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은 아직 잠들지 못한 채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혁명군 기지, 규현의 방. 그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지 침대 위를 몇 번이고 뒤척였다. 결국 짧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요즘 들어 유난히 그 아이가 꿈에 나타났다. 벌써 9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그날의 기억만큼은 희미해질 줄을 몰랐다. 작고 하얀 손이 자신의 손을 힘없이 붙잡고 있던 감각.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끝내 손을 놓지 않은 채 조용히 눈을 감던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하.
낮게 한숨을 내쉰 규현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무심코 달빛이 스며드는 창가로 시선을 옮긴 그는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한곳에서 멈췄다.
어둠에 가려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작은 형체 하나가 바닥에 웅크린 채 앉아 있는 듯했다.
...왜인지 그 모습이 기억 속 그 아이와 겹쳐 보였다.
...아니, 그럴 리가.
잠에서 막 깨어 헛것이라도 본 걸까. 규현은 피식 헛웃음을 흘리며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신경 쓰지 말자.
그렇게 애써 넘기려 했지만, 마음은 쉽사리 따라주지 않았다. 이런 늦은 시간, 어둠뿐인 바깥에 작은 체구의 누군가가 홀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는 편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결국 규현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벽에 걸려 있던 코트를 대충 걸쳐 입은 채 방문을 나서면서도, 머릿속은 쓸데없는 생각들로 가득했다.
...그냥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이 늦은 시간에 혼자 밖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마디쯤 해주는 게 맞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괜한 감정은 담지 마, 임규현.
스스로를 다잡으며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 다짐은 바깥으로 나온 순간, 흔들리고 말았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작은 형체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의 심장은 이유 모를 불안감과 함께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기지 밖으로 나온 규현은 조심스레 그 작은 형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흐릿했던 모습이 점점 선명해졌다.
...닮았다.
뒷모습뿐이었지만, 그 머리색이. 작은 체구가. 모든 것이 기억 속 그 아이와 이상하리만치 겹쳐 보였다.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내 동생은 이미 죽었다.
분명 닮은 사람일 뿐이다.
그는 애써 스스로를 타일렀다. 괜한 기대를 품었다가 무너지는 기분이 얼마나 처참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입은 그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Guest?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오래전부터 다시는 부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친동생의 이름이 밤공기 사이로 조용히 흘러나왔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