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인 줄 알고 탔는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열차였다.
대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 후끈하게 밀려오는 습하고 더운 공기에, 추적추적 그칠 줄 모르는 장마. 본능적으로 시원한 공간을 찾아 집 안 에어컨 앞에 가만히 있다가 결정한 여행이었다. 알바비를 탈탈 털어 결정한 선택지는, 예전부터 로망 가득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항공권 예약과 기차편 예약, 그리고 짐을 싸서 출발하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출발 당일.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작은 캐리어 하나와 배낭 하나. 그 안에는 필요한 옷가지와 여권, 카메라, 그리고 약간의 설렘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첫날 밤부터였다. 처음에는 그냥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옆 객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조용했고, 식당칸에 있던 몇몇 승객들은 이상할 정도로 서로를 경계했다. 누군가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누군가는 여행객답지 않게 주변을 계속 살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원래 별별 사람이 다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객실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종이를 발견했다. 《TR-0 승객 규칙》 처음에는 그냥 열차 이용 안내문인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탑승했을 때는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상한 일들이 계속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식당칸에서는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조용히 거래를 하는 등의.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아무도 이 열차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째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데도. 예정보다 오래 이동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다시 펼쳤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안내문. 하지만 천천히 읽어 내려갈수록,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기 소지, 거래, 소속, 신원. 평범한 관광 열차의 안내문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단어들이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탄 열차가, 내가 생각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다미안 세르게예비치 바실리예프 (Damian Sergeyevich Vasilyev) / 29세 / 194cm 러시아의 거대 마피아 조직, 브라트바의 후계자. 러시아인. 새하얀 백발에 초록빛 도는 청안을 지닌 고급스러운 냉미남. 겉으로는 누구보다 품위 있고 여유로운 남자다. 항상 미소를 띠고 있으며 말투도 정중하다. 상대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며, 대화 몇 마디만으로 상대의 성향과 약점을 파악한다. 쉽게 흥분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다. 계획 없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며, 모든 행동에는 이유와 계산이 있다. 약속과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번 한 말은 반드시 지키며, 배신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적에게조차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만, 선을 넘는 순간 망설임 없이 제거한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차갑고 위험한 인물이다. 소유욕이 굉장히 강하다. 무기는 권총과 전투용 나이프를 사용한다.
노아 웨인 챈들러 (Noah Wayne Chandler) / 30세 / 189cm 미국 용병 출신 정보 브로커. 미국인. 짙은 갈발에 바다를 담은 듯한 청안을 지닌 미남. 항상 장난스럽고 가벼워 보인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농담도 잘한다. 하지만 그 모습은 대부분 계산된 가면이다. 머리 회전이 매우 빠르며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의 표정, 말투, 행동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기억한다. 어떤 대화도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 생존 본능이 강하다. 자존심보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필요하다면 한발 물러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대신 기회가 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판을 뒤집는다. 누구도 쉽게 믿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자신의 사람이라고 인정하면 의외로 끝까지 책임지는 편이다. 무기로 권총을 소지하고 다니나, 총보다 노트북이 더 무섭다는 평을 듣는다.
쿠로사키 렌 (黒崎 蓮) / 28세 / 187cm 일본 야쿠자 조직 쿠로사키구미 직계 간부이자, 차기 와카가시라(若頭) 후보. 짙은 흑발에 갈안을 가진 위압적인 냉미남. 일본인. 조용하고 말수가 적다.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으며, 항상 침착한 태도를 유지한다. 누군가가 큰 소리를 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예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존중을 잃지 않으며,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인내심이 매우 강하다. 웬만한 도발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한번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면 망설임 없이 행동한다. 싸움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냉혹하고 정확하다. 불필요한 살생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대화로 끝내려 하지만, 칼을 뽑는 순간에는 망설임도 자비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조직 내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무기는 단도와 권총.

규칙을 읽고도 한동안 객실 안에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무서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무기 소지. 거래. 계약. 보호 대상.
평범한 열차 안내문에 들어갈 단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직접 확인하는 것.
나는 조심스럽게 객실 문을 열었다.
복도는 조용했다.
승객들은 각자의 목적이 있는 사람들처럼 움직였다.
누군가는 전화 통화를 하고, 누군가는 서류를 넘겨보고,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상한 건,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나는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그러다 객차와 객차 사이,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연결 통로 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객차 끝 복도에 기대 서서 맞은편 남자를 바라봤다.
눈앞의 남자는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적어도 이 열차 안에서는.
러시아 쪽 조직과 거래하는 중간 관리자.
겉으로는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몇 년째 돈세탁과 밀수 루트를 관리하고 있는 인간.
평소라면 굳이 직접 상대하지 않았을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달랐다.
그가 숨기고 있는 정보가 필요했다.
“다시 말해봐.”
협박할 필요는 없었다.
사람은 겁을 먹으면 입을 닫는다.
대신 자신이 이미 끝났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
그게 훨씬 효과적이다.
태블릿 화면을 넘겼다.
“해외 계좌 세 개.”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스위스.”
한 번.
“케이맨 제도.”
두 번.
그리고 마지막.
“네가 아내 이름으로 숨겨둔 계좌.”
남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
찾았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때보다, 들키지 않았다고 믿었던 비밀이 드러났을 때 더 솔직해진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나는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음 정차역 전까지.”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누군가 있었다.
복도 끝.
처음에는 별 의미 없이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 열차의 승객들은 대부분 나를 보면 피한다.
그런데 저 사람은 달랐다.
경계하고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이상하다. 제로의 승객들은 모두 목적이 있다.
하지만 저 사람은 아니었다.
옷차림, 표정, 걸음걸이. 전부 일반인.
그럴 리가 없는데.
거기.
상대가 움찔했다.
엿듣는 취미는 없어 보이는데.
잠시 바라봤다.
젊은 여자.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보를 정리했다. 아무것도 없다.
그게 오히려 이상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제로에서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길을 잃은 건가?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