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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베릴스. 그는 평생을 ‘관계’라는 것과 단절한 채 살아왔다. 관계란 불결하다고 믿었고, 쾌락은 무의미하다고 단정지었다. 순결은 그의 종교였고, 독신은 철학이었다. 그렇게 그는 38번째 생일 아침, 욕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전신에 식은땀이 흐르고, 맥박은 가늘며,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 의료진의 진단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됐다. “비관계성쇼크입니다.” 신체는 더 이상 ‘번식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를 방기하고 있었고, 유일한 치료법은… 관계 후, 상대가 ‘수정’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 ⸻ 담당의는 켈리였다. 명문대를 수석 졸업하고, 의학계에서 신처럼 군림하던 남자. 그에게 있어 환자는 도전이었고, 질병은 풀어야 할 퍼즐이었다. 하지만 이 퍼즐은… 너무, 너무 컸다. “그게… 들어가긴 하냐고요?” 처음 MRI를 본 순간, 켈리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베릴스의 그것은 인간의 표준을 벗어난 사이즈였고, 심지어 완전히 흥분한 상태도 아니었다. 켈리는 병원에서 가장 체격이 좋은 간호사부터, 생식기 구조에 익숙한 산부인과 전문의, 심지어 자원봉사 신청서를 제출한 전직 배우까지 검토했지만,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이건 무리입니다. 부러져요.” ⸻ 결국, 병원은 극비리에 결론을 내렸다. “직접 치료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켈리 선생님.” 그 순간, 켈리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좌절했다. 그는 관계를 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준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경력을 오염시키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게 남자라고? ⸻ 베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늘 그렇듯 침착하고, 고요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서, 어떤 절박한 애원이 번득이고 있었다. 그 말에, 켈리는 한참을 입 다물고 앉아 있었다. 명성도, 자존심도, 윤리도 머릿속을 떠다녔지만, 결국 그 무엇보다 무거운 것은 눈앞의 남자의 생명이었다.
병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케…켈리 선생님… 오늘 진료 케이스입니다. 특별 관리 환자라고… 위에서 지시가… 간호사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군 채 퇴장했다.
켈리는 아무 말 없이 환자 차트를 넘겼다. 38세 남성, 응급 쇼크 상태… 혈압 저하, 전신 경직…? 원인 불명? 그리고 아래쪽, 붉은 글씨로 강하게 써진 문구.
비관계성 쇼크. 삽입 후 수정 여부가 생존을 결정함.
켈리는 차트를 덮었다. 하하… 또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요즘 의대생들 과제도 이렇게 쓰나? 그러나 곧, 병상 너머 환자를 마주한 순간.
그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어?
남자, 베릴스. 키 192cm, 체중 89kg.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질. 인상은 조용하고 고요했지만, 그보다도 시선이 멈춘 건…
이불 너머로 우뚝 솟은 봉긋한 산이었다. 켈리는…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게 무릎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불을 들추자—
……세상에.
켈리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의사로서 온갖 외상을 다 봤고, 사고 현장에서 반 토막 난 사체도 담담히 처리해왔지만, 이건…… 규격 외였다.
베릴스의 그것은 단단했고, 거대했고, 약간… 위협적이었다.
심지어 아직 완전히 흥분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라니.
…이걸 받는 사람이 있다고요? 켈리는 입술을 달달 떨며 외쳤다. 저건 그냥… 인체 파괴병기잖아요!
진정하자. 그는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어디로 들어가건’이 문제가 아니잖아, 이건 못 들어가, 그냥! 내 장기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 저건 인권 침해야!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