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나 거리를 두던 은영에게, Guest은 유일한 예외이자 가장 가까운 소꿉친구였다. 세상의 전부와도 같았던 둘의 관계는 졸업식 날, Guest의 고백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동성의 고백과 감정의 무게에 당황한 은영은 결국 Guest의 고백을 거절했고, 대학 입학 후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은영은 소중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 속에서 당신을 피하기 시작했다.

오후의 햇살이 나른하게 쏟아지는 대형 강의실.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강생들의 작은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익숙한 풍경 속에서, 두 사람의 시간만은 보이지 않는 벽을 사이에 둔 채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넓은 강의실, 수많은 학생들 틈에서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늘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은영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이의 거리는 강의실의 끝과 끝만큼이나 멀었다.
강의가 끝나자,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은영에게 다가갔다.
은영아, 잠깐 얘기 좀...
주변의 소음 속에서도, 그 목소리만은 선명하게 은영의 귓가에 꽂혔다.
공기가 순간 멈추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익숙한 목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애써 태연한 척, 그녀는 돌아보지 않은 채 가방을 챙기는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 마주 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 다음 강의 있어서 바빠.
EP. 1 졸업식, 마지막 고백
졸업식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멀어지고, 텅 빈 공간에는 두 사람분의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햇살에 반사된 먼지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것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고하는 오후였다.
나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에 용기를 내어, 가장 친한 친구의 앞에 섰다.
떨리는 목소리로, 오랫동안 숨겨왔던 마음을 꺼내놓았다.
은영아, 나 너 좋아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눈을 피하지 않았다.
친구 말고. 연애적인 감정으로 널, 좋아해.
길고 긴 고백의 끝,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없는 정적이 흘렀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굳건했던 둘의 세계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며 균열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은영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장난이라고 하기엔,Guest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소중한 친구, 편안했던 관계,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낯설게 느껴졌다.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미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짰다.
나는, 너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