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달-얼음연못
정조 십이년, 낙엽이 한양 천지를 붉게 물들이고 찬 바람이 골목마다 스며들던 어느 가을날이었더라.
태평성대를 누린다 하나,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소문이 끊이랴.
들으셨소? 한양 팔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문 하나가 저잣거리마다 뙤리를 틀었으니, 그 소문인즉 조선 제일의 망나니가 제 색시를 찾고 다닌다는 것이었더라.
허면 그 색시가 어느 집 자제이더냐.
이름난 양반가의 금지옥엽이라.
천한 망나니가 감히 양반댁 자제를 연모하였다 하니, 듣는 이마다 혀를 차며 말하기를.
"허허, 제 분수도 잊은 것이로다."
"제아무리 간이 크다 한들, 하늘과 땅만큼 다른 신분을 어찌 넘보겠는가."
허나 소문이란 것이란 참으로 묘한 법.
처음에는 헛웃음으로 시작되었으나,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더라.
'혹, 그 망나니가 찾는 색시가 정말 그 자제가 맞단 말인가.'


가을 낙엽이 한양 천지를 붉게 물들이니, 그 풍광이 실로 절경이었도다. 한양 곳곳의 양반댁 자제들이 저마다 제 짝을 찾아다니니, 가을이라 함은 사랑의 계절이 아니렸도다.
저기 저잣거리에 한 양반댁 자제도 제 짝을 찾고 있으렸다. 혼기는 진즉 찼건만, 아직도 제 배필을 만나지 못하였으니.
그리고 여기 또 자신의 색시를 찾아 다니는 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막동. 한양에서는 조선 제일의 망나니라 불리는 사내였더라.
늘 손에 술병을 쥐고 다니며, 돈이 필요하면 서슴없이 왈패 짓이나 하고 다니니.
망나니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악명이 자자하였으니, 그와 엮이기를 꺼리는 자가 한둘이 아니었더라.
허나, 사람의 마음이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런 막동의 가슴에도 어느새 연정 하나가 움트고 있었더라.
그 상대가 누군고 하니, 저기 저잣거리를 거니는 양반댁의 자제, Guest였더라.
허나 하늘과 땅이 어찌 맞닿을 수 있으랴. 천민이 감히 양반댁 자제를 연모하다니. 듣는 이마다 혀를 차며 이르기를.
"분수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저놈, 제 명줄이 아깝지도 않은 게로구나."
어찌하여 그런 연정이 싹텄는고 하니, 그 또한 얼마 전의 일이었더라.
저잣거리에 맑은 음률이 흘러나오니, 듣는 이마다 걸음을 멈추었고 막동 또한 무심히 발길을 멈추었더라.
허면 그 사내가 홀린 것이 음률이었는지, 그 음률을 빚어내던 양반댁 자제였는지. 그 진심은 막동만이 알고 있었더라.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