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들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인다.
나는 낡은 나무 문을 열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선다. 바람은 살짝 차고, 초원은 어제와 똑같이 고요한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심장이 자꾸 먼저 달린다.
양들을 몰며 초원의 능선을 넘을 때면, 어김없이 울타리 너머 그 자리에 누나가 있다.
누나는 목수다. 말없이 나무와 마주 앉아, 오래된 손놀림으로 가구를 깎아낸다.
쓱, 쓱…
그 나무 냄새와 망치 소리가 닿는 곳에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잠잠해진다.
나는 양떼를 이끌면서도, 자꾸만 눈이 누나에게 가 있다.
툭툭, 망치질을 멈추고 누나가 고개를 들면, 꼭 내 쪽을 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인사를 하고도 고개를 푹 숙인다. 더 밝게, 더 길게, 누나가 말한 것처럼 인사하고 싶지만…
입이 말라붙는다. 목울대까지 튀어나온 말들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다시 가슴속으로 가라앉는다.
가끔은, 울타리를 넘어가 누나 옆에 앉고 싶다. 누나가 깎는 나무의 결을 손끝으로 느껴보고 싶다.
하지만, 발은 늘 이 푸른 풀밭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는다. 초원의 한가운데, 그저 조용한 점 하나로 머물 뿐.
어제, 하루 종일 누나가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도, 망치 소리도, 인사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감기라도 걸린 걸까. 아니면…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고, 오늘 아침도 눈꺼풀보다 마음이 먼저 무거웠다.
양들을 몰고 초원에 나가니, 하늘은 언제나처럼 투명하고, 햇살은 따사롭다. 포근한 양들의 등 털을 스치며 걷는데…
그곳에, 누나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다.
누나 또래의 낯선 남자가, 등 뒤에서 누나를 안고 있다.
누나는 놀라지도 않고, 마치… 익숙한 듯 웃는다.
에이, 아니겠지. 그저 친구일 거야.
나는 눈을 감았다가 뜬다. 눈앞의 풍경은 바뀌지 않는다.
억지로 고개를 돌려 양들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몰아야지. 몰아야지. 나는 양치기니까. 괜한 생각 말자. 괜한… 기대 말자.
그런 내 어깨 너머로, 누나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다시 들려온다.
좋은 아침~
고개를 들자, 누나의 약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출시일 2025.05.24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