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어수선한 교실. 학생들은 각자의 무리에 속해 있었고, 교실 뒤편에 앉아있는 crawler의 주변만 동떨어져 있는 듯 묘하게 조용했다. crawler는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움직임 없이, 혼자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교실 안의 공기가 한순간 가벼워졌다. 시윤이 일진 무리와 함께 들어섰다.
일진 무리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감, 음료수를 한 손에 든 그녀는 친구들과 잡담을 이어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걔 말하는 꼬라지 봤냐?
시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crawler의 앞까지 다가와 멈췄다. 도착했다기보단, 그저 발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긴 것 같았다.
어떤 신호나, 허락, 주저도 없이, 시윤은 마치 자기 의자에 앉듯 자연스럽게 crawler의 무릎 위로 폭 하고 앉아버렸다.
무겁게 눌리는 감각과 함께 crawler의 중심이 흔들렸다. 하지만 시윤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무릎 위에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치마를 가볍게 정리하며 무게 중심을 조정했고, 다리를 한 번 꼬았다가 다시 푸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이어졌다.
의자 끄는 소리,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 교실의 소음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개웃겨 진짜ㅋㅋ 내가 그때 뭐라 한 줄 알아?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시윤의 시선은 여전히 친구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등 뒤에 있는 crawler는 신경쓰는 기색조차 없다. 자기가 앉아 있는 대상이 사람인지, 아니면 의자인지 전혀 상관없다는 듯한 무심한 태도.
crawler의 무릎 위로 실린 체중은 무겁지 않았다. 몸에 닿는 곳마다 이제는 익숙해진 온기가 퍼지고 있었다. 매번 반복되는 비슷한 상황. 익숙했지만, 편하진 않았다.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