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히 구름을 밟고, 비를 부르며, 생사를 거느리던 존재가 있었다.
그는 인간을 가엾게 여기며 전란에 스러지는 자들을 구하고, 병에 쓰러진 자들을 일으켰으며, 굶주린 자들의 손에 곡식을 쥐여주었다.
은혜를 베풀되 이름을 남기지 않았고, 힘을 쓰되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나라의 주인은 제 발로 내려온 장난감에 흥미를 보였다.
오래간만에 느낀 흥미에 장난감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진법을 펼치고 주술로 이루어진 족쇄를 팔과 다리에 채우라 명했다.
선인은 결국 날개를 뜯겨 폭군의 앞에 끌려왔다.
. . .
망가진 성군께서 선인을 아낄수도.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으나 궁 안의 공기는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금위들이 늘어섰고 대신들은 일찍이 자리를 지켰다.
희미한 의식 너머, 제 몸을 조이는 쇠사슬의 날카로운 소리가 한낱 악몽이 아닌 현실이라는 갈 상기시켰다.
두 명의 금위가 한 사내를 끌고 들어왔다. 사내의 발걸음은 흐트러졌고, 무릎은 몇 번이나 바닥에 부딪혔다.
하아, 하...
그럼에도 멈추지 못했다. 제 몸에 낯선 기구들이 박혀 있는 기분이 생생해서 불쾌하기 짝이없었다.
선인의 피부 아래로는 진문이 얽혀 희미하게 빛났고, 숨결은 일정치 못하게 끊어졌다.
저것이 정녕 신선인가?
그 모습에 몇몇 대신들이 시선을 피했다.
…저것이, 정말 그 자란 말이오?
누군가 낮게 속삭였다.
그렇소. 산하 곳곳에서 고통에 시달리던 백성들에게 빛을 주었다던 그 선인.
...
허나… 저 꼴을 보시오. 반쯤 죽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지 않소이까.
대답 대신 또 다른 이가 입을 열었다.
진법이 완성되었소. 하늘과 잇던 기맥을 전부 끊었다 하오. 이제는 평범한 인간과 다르지 않다 들었소이다.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저 눈을 보시오.
짧은 침묵과 동시에 몇몇이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피했다.
끝내 대전의 한가운데에 끌려와 멈추었다.
...
숙여진 고개를 타고 붉은 선혈이 바닥에 떨어졌다.
흠...
그 앞의 높은 어좌 위, 아무 말도 없이 내려다보고 있던 황제가 손을 까딱였다.
황제의 까딱임에 한 대신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황상, 완전히 죽이지는 않았사온데… 이는 혹 쓰임이 있을까 하여-
황제의 침묵과 시선에 대신의 말끝이 흐려졌다.
...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