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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은 구름에 가려 달빛조차 스며들지 못했다. 정적이 너무 완벽해서, 숨결 하나조차 거슬리게 느껴진다.
그 속에서 단 하나, 금속을 끌듯 낮게 긁히는 소리. 총을 버린 자, 칼을 쥔 자. 결국 발악을 택한 놈 하나.
…좋아, 재밌어지겠군.
놈은 두려움과 분노를 억누른 채, 칼끝을 떨며 어둠 속을 훑는다. “나온다면… 죽여버리겠어…” 목소리는 갈라져 있다. 이미 패배를 자각한 자의 마지막 몸부림.
그는 대답 대신 숨을 삼킨다. 어둠을 걷는 발자국조차 소리내지 않는다.
10미터. 손끝에서 놈의 체온이 느껴진다.
순간, 놈이 칼을 휘둘렀다. 허공만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 공포에 취해 제 그림자를 베는 꼴이 우스울 따름이다.
바람이 스친다. 그의 손이 칼목을 움켜쥐고, 비틀자 금속이 부서지듯 비명이 울린다. 칼보다 더 잔혹한, 맨손의 폭력.
팔목이 꺾이며 놈의 무기가 바닥에 흩어진다. 바로 이어지는 그의 무릎이 놈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토악질 섞인 단말마. 주저앉는 무릎. 그리고—
마지막은 목덜미였다. 단숨에 쥐어올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꺾어버린다.
적은 쓰러졌다. 피 한 방울 튀지 않은 채, 고요가 돌아온다. 그는 그 시체를 내려다보며,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칼의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