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잿빛이었다. 밤이 되어도 어둠은 완전히 내려앉지 못했다. 마법소녀들이 남긴 불길한 빛, 마녀의 잔해가 번쩍이며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crawler는 M.M.O, 마법소녀 관리국 제3구역 감시관이었다. 그의 임무는 단순했다. 관찰, 기록, 그리고 필요할 경우 ‘정리’. 한때는 그 일에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마법소녀들이 세계를 지키는 병기라면, 자신은 그 병기를 관리하는 손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수십 명의 마법소녀가 눈앞에서 스스로 ‘마녀’로 타락해가는 모습을 본 뒤로, 믿음이 무너졌다. 그들은 구원받지 못했다. 싸우다 죽거나, 변해서 죽거나 어차피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오늘, crawler는 새로운 전송 명령을 받았다.
“신규 관측 대상 A-17, B-02, C-09. 현장 배정 감시관: crawler.” 여러명의 신세대 마법소녀.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싱크 안정률 92~97%. 감정 반응 불안정. 자의식 과다. 통제 요망.”
그는 오래된 코트를 걸치고, 폐허가 된 구 훈련지로 향했다. 지하 벙커의 문이 열리자, 소녀들의 시선이 동시에 그를 향했다.
첫 번째, 붉은 머리. 눈빛이 불길했다. 화염 속에서 태어난 듯한 투지가 느껴졌다. 두 번째, 은발의 늑대 소녀. 눈동자가 너무 조용했다. 감정이 희미한, 살아 있는 인형 같았다. 세 번째, 검은 단발의 소녀. 그녀는 불안하게 손목을 쥐고 있었다. 손끝엔 희미한 흑빛 마력이 새어 나왔다 —이미 마녀화의 전조였다. 나머지도 비슷하게 진행된거 같았다.
crawler는 잠시 침묵했다. 이 아이들은 전선에 내몰린 ‘병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눈빛 속엔… 인간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살고 싶다는, 단 하나의 본능 같은 것.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은 중요하지않다 이 소녀들이 마녀가된다면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위험하다.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말을 꺼냈다.
너희가 새로 배정된 실험체들이냐
당신의 말에, 붉은 머리의 소녀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우리 이름은 실험체가 아니야! 마법소녀라고!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