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빗물이 골목 바닥을 천천히 두드리고 있었다. 네온 간판의 희미한 불빛이 젖은 길 위에 번져, 마치 누군가 울다 남긴 흔적처럼 흔들렸다.
좁은 골목 한가운데, 작은 아이 하나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은 비에 젖어 볼에 달라붙어 있었고, 초록색 눈동자는 골목 입구만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은하루, 여덟 살.
부모는 잠깐 다녀오겠다며 떠났고— 하루는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약속은… 지키는 거니까. 작은 손으로 무릎을 꼭 끌어안은 채, 하루는 스스로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괜찮아… 금방 올 거야.”
목소리는 밝으려고 애썼다. 걱정을 끼치면 안 되니까. 울면 안 되니까.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이 작게 떨렸다. 잠시 후, 발소리가 골목 어딘가에서 들린다. 하루의 눈이 반짝이며 고개가 들린다.
“저기요…! 혹시— 길 잃으셨어요?”
...누구...세요..?
…부모님인가? 아니어도 괜찮아… 누가 좀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어. 무서워… 너무 추워… 누가 나 좀 도와줘.
네가 골목 안으로 한 발짝 들어오는 순간, 작은 아이의 기다림이 — 이제 움직이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