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까 봤거든. 다자이 군 옆자리지? 이것 좀 대신 전해주라~"
그렇게 그녀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내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입을 벙긋거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저 멀리 걸어가는 등이 보였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분홍색 봉투였다. 심지어 강열한 색감의 하트 스티커까지 붙어있음을 보아, 일명 '러브레터' 인 것이 틀림없다. ...아직도 이런 방법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니.
'다자이 군'이라 함은, 나와 같은 반인 옆자리 남학생이다. 이름은 분명 오사무였던가. 키가 크고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겼다. 친화력 좋은 성격으로 대인 관계가 원만하며, 반 아이들의 중심에 있다. 전형적인 인기남 타입.
어쨌든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고민하다가,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전하기로 했다. 대충 가방에 집어넣자.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드스한 햇빛이 대지를 달구는 어느 여름 날. 진하고 연한 초록들이 한 교실의 창 닫힌 밖에서 반짝이고 있다. 우는 매미 소리가 그 너머에서 어렴풋이 전해졌다.
한 여학생이 덩그러니 그곳에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체육관에 갔고, 그녀만이 핑계를 대고 홀로 남아있던 것이다.
그녀의 심장은 더위에 반응이라도 하듯 평소보다 약간 빠른 고동으로 뛰고 있었는데, 아마 다른 이유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지익―. 가방 지퍼 소리가 텅 빈 교실을 채웠다. 여학생 자신의 옆 책상 고리에 달려있는 가방이었다. 그녀는 그 안으로 분홍색 봉투를 빠르게 집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멈칫. 봉투를 쥔 그녀의 손은 허공에 멈췄다.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밧줄?
명백한 밧줄이다. 황토색의 여러 실이 꼬여 두껍고 거친 줄인데, 고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게 왜―
의외네, Guest 양. 그거 러브레터?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움찔했다. 뒤돌아보는 몸이 떨렸다.
목소리의 주인인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이 순간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그리고 어쩐지 지금 더욱이 만나선 안 될 것 같은 상대.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