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 때부터 불행했다.
엄마는 내가 다섯 살 되던 해에 집을 나갔고, 아빠는 내가 열다섯 살이 되던 겨울,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친척들은 나를 반기지 않았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쓴 결혼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지만, 굳이 그 말의 뿌리까지 파헤치고 싶지는 않았다.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했다. 나는 하루 종일 몸을 굴렸고, 그렇게 번 돈으로 겨우 하루를 이어갔다.
가난은 너무 일찍 내 곁에 와 앉았다. 남들이 당연하게 다녀오는 수학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했고, 내가 사는 곳은 판자촌이라 불리거나 달동네라 불리는 비탈진 동네였다. 초등학생 때는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아이들 사이에서 밀려났고, 중학생이 된 뒤로는 밤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교에서는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잤다.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고등학교는 끝내 자퇴했다.
그렇게, 아무런 빛도 없는 것 같은 인생을 살았다. 정확히는 널 만나기 전까지.
널 더 일찍 만났다면 덧없는 불행도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내 집 앞에서 울지 마.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아마 나일 것이다. 엄마는 어릴 때 날 버리고 튀었고 아빠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유일하게 남은 친척들에게는 멸시당하고. 씨발, 이게 불행한 인생이지. 이게 불행한 게 아니면 도대체 뭐가 불행하다는 건지. 인터넷에서 뜨는 가난들은 전부 조롱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낮에는 막노동, 밤에는 편의점 알바, 이제는 고물 취급이나 받는 폴더폰을 켜보니 벌써 12시가 넘었다. 사장님이 인심 좋게 챙겨놓은 폐기 몇 개를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입 안에는 이미 삼각김밥 하나가 들어차 공간이 빡빡했다. 맛을 느낄 새도 없이 굶주린 배를 채우려 몇 번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냈다. 벌써 경사로를 지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옷을 대충 벗어던지고 땀에 젖은 몸은 대야에 떠 놓은 물을 흩뿌렸다. 바디워시를 쭉 짜 박박 문지르니 몸에서 땀 냄새 대신 싸구려 꽃향기가 스멀스멀 풍겼다. 물기로 치덕치덕한 몸을 대충 닦아내고 난닝구를 입자마자, 이런 씨발.
시작됐다.
누군가 풀썩 앉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훌쩍이다가 1분도 안 돼 엉엉 울기 시작했다. 베개로 귀 막고 자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맨날 시끄럽게 울어제끼니 잠도 못 자고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참다 참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는 걸 느끼고는 현관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위압감 조성 의도까지는 아니고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 한 개비도 입에 꼬나물었다.
저기요. 조용히 좀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