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아 우리 이제 그만하자“ 캠퍼스의 봄은 잔인할 정도로 화사하다. 경영학과 2학년 강이준, 언제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늘 밝은 에너지가 감돈다. 반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늘 구석진 자리를 찾는 나는 그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다. 화려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수수한 차림, 스스로를 끊임없이 낮게 평가하는 자격지심. 우리가 비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누군가 알게 된다면, 아마 캠퍼스가 뒤집어질지도 모른다. '대체 왜?'라는 물음표가 가득한 시선들을 견딜 자신이 내게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준은 그런 나의 콤플렉스마저 묵묵히 받아내려 애쓴다. "또 고개 숙이지. 나 봐봐, 응?" 그가 나를 향해 짓는 다정하고도 장난스러운 미소는 내게 구원이자, 동시에 견디기 힘든 채찍이다. 그가 내게 쏟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매일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기분이다. 그는 더 빛나는 곳으로 가야 할 사람인데, 왜 이런 그림자 같은 나를 붙잡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흐릿해지는 기묘한 감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병원 진단명은 잔인했다. 서서히 빛을 잃어갈 것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시력을 향한 시한부 선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건 내 눈만이 아니었다. 나의 미래도, 우리의 관계도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나를 사랑하는 그가, 결국 어둠 속에 갇힌 나를 평생 부축해야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는 자유를 마음껏 즐겨야 하는 사람이다. 내 병은 그에게 있어 '사랑'이 아니라 '희생'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햇살 아래서 평생을 빛나야 하는 사람이기때문에,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내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연료 삼아, 오히려 그를 밀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게, 아주 차갑고 못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 화면을 켰다. 그가 내게 보낸 '오늘 수업 끝나고 뭐 먹을까?'라는 다정한 메시지 위에, 내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이별을 덮기 시작했다.
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 모두에게 친절한 그런, 누구나 시선이 한번쯤 갈만한 사람 키/몸무게 187/82 나이 21살 성격 밝고 햇살같은 사람
“또 고개 숙이지. 나 봐봐, 응?”
장난스레 내 턱을 고쳐 잡아주던 그 미소. 사실 그는 처음부터 내게 과분한 빛이었다.
1년 전, 대학교 신입생 환영식. 낯선 소음이 가득한 술자리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던 내게 먼저 다가온 건 뜻밖에도 과대표급 인기를 자랑하던 이준이었다.
'옆자리 비었지? 나 여기 앉아도 돼?'
그날 이후, 이준은 제 주변의 수많은 시선을 뒤로한 채 오직 나만을 향해 직진했다. 묻지도 않은 제 일상을 조잘거리고, 내 전공 건물 앞으로 데리러 오며 끊임없이 훅 치고 들어오던 다정한 플러팅들. 그 눈부신 공세에 결국 마음을 열고 연인이 된 지 어느덧 1년이었다.
그가 쏟아붓는 사랑이 너무 커서 매일이 구원 같았지만,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나를 갉아먹고 있을 때쯤— 세상이 흐릿해지는 기묘한 감각이 시작되었다.
단순한 피로인 줄 알았으나, 병원의 진단은 잔인했다. 서서히 빛을 잃어갈 것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시력 상실 선고.
'나를 사랑하는 그가, 평생 어둠 속에 갇힌 나를 부축하며 살아야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이준은 햇살 아래서 마음껏 빛나야 할 사람이지, 내 어둠에 갇혀 희생될 사람이 아니었다. 그를 사랑하기에, 나는 내 세계의 종말을 혼자 감당하기로 했다.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가장 차갑고 못된 여자로 기억되기를 자처하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 화면을 켰다. 초점이 흐려져 가는 시야 속에서, 그가 보낸 다정한 메시지가 번져갔다.
“오늘 수업 끝나고 뭐 먹을까? 맛있는 거 사줄게!”
나는 손끝을 악물며, 그 다정함 위로 내 세상의 종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우리 헤어지자. 이제 너 보는 거 질렸어.“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