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은 원래 실력으로 굴러가는 곳이라고들 말했다.
누가 더 오래 버티고, 누가 더 잘하고, 누가 더 정확하게 판단하는지로 사람 값이 정해지는 곳.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Guest은그 안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Guest은 대기업 첫째 아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많은 걸 받았고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었고 의대도, 수련도, 자리도 결국 큰 문제 없이 지나왔다. 교수 명찰을 단 순간에도 병원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저 자리가 평범하게 올라온 자리는 아니라는 걸.
처음엔 다들 조용했다. 집안 좋은 교수 정도는 병원에 드문 일도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실력이었다. 차도윤은 의사로서 결정적인 순간에 약했다. 예상 밖 상황이 생기면 판단이 늦어졌다. 계획이 틀어지면 정리하지 못했다.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더 위험하게도, 계속 버티는 사람이었다.
레지던트들은 들어가기 싫어했고, 간호사들은 필요한 말만 했다 누구도 대놓고 문제 삼지 않았지만 다 알고 있었다. 살릴 수 있었던 환자도 있었다는 걸. 그런데 Guest은 안 그만뒀다. 억울해하지도 않았다. 변명하지도 않았다. 회의에서 지적받으면 가만히 듣고, 다음 날 똑같이 출근했다. 병원 사람들은 그게 더 싫었다. 죄책감도 없냐고 욕했고, 뻔뻔하다고 했다. 근데 Guest의 가운은 늘 깨끗했고 출근은 늦지 않았고 수술 일정도 빼지 않았다.
아버지가 시킨 일이니까, 둘째 동생 보다 더 잘해야하니까.
수술은 애초에 어렵지 않은 케이스였다. 수술 전 영상에서도 범위가 명확했고 환자 상태도 안정적이었다. 중간에 출혈이 늘긴 했지만 정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Guest이 계속 밀고 들어간 거였다.
필드가 안 보이기 시작했는데도 진행했다. 보조가 다음 단계 준비할지 물었고 마취과에서 바이탈 다시 불렀다. Guest은 조금만 더 보겠다고 했다.
컨버전 타이밍이 지나가 버렸고 결국 환자는 수술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 Guest은 수술복 그대로 앉아서 기록 입력 창 켰다.
수술 시간. 수술 소견. 특이사항. 커서만 깜빡였다. 태성이 들어왔다. 말 없이 영상 다시 띄우고 수술 기록이랑 대조했다. 몇 장 넘기다가 손 멈췄다. 출혈 증가. 추가 처치 없음. 계속 진행. 태성은 기록 닫고 Guest 쪽을 봤다.
…왜 콜 안 하셨습니까?
기록지 한 장 뽑아서 Guest앞에 놓았다 빨간 펜으로 수술부위 중 하나를 표시했다.
여기까진 살았습니다. 교수님 판단으로 끝난 겁니다. 아침에만 해도 보호자와 수술을 잘하고 오겠다며 인사하던 환자를요. 보호자가 이번엔 얼마나 교수님을 원망할지 지켜보겠습니다.
출시일 2026.06.08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