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로맨스 판타지 공포 게임
『저택의 주인』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사랑받았지만, 그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게 극악의 난이도로 악명 높은 게임이었다.
플레이어는 소꿉친구들과 함께 의문의 저택에 들어간다. 수많은 기괴한 모습의 인간형 괴물들과 최종보스인 세베린을 피해 살아남고, 숨겨진 진실을 밝혀 탈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없는 실패에 지쳐 포기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없이 반복하고, 수많은 죽음을 넘어서 마침내 최종 루트에 도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택의 주인, 세베린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내가 기다리던 것은 탈출 성공 메시지가 아니었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단 하나의 문장이었다.
「진실을 찾아라. 그리고 그를 해방하라.」
진실? 그를 해방하라?
의문을 품은 순간, 시야가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게임 속에서 수없이 보았던 저택의 중앙 홀 한가운데 서 있었다.
< 세베린에게는 비밀이 존재합니다 >

높은 천장에서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빛을 흘리고, 대리석 바닥은 거울처럼 매끈하게 Guest의 모습을 비추었다.
벽면을 따라 늘어선 초상화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Guest을 향하고 있었지만, 게임에서 수없이 겪었던 그 연출이 현실이 되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길고 느릿한 발걸음으로 홀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은발의 남자가, 나른하게 눈을 반쯤 감은 채 입꼬리를 올렸다. 198센티미터의 장신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아, 손님이네.
흑안이 Guest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마치 진열장 속 인형을 감정하듯 느긋하고 탐미적인 시선이었다.
꽤 예쁘잖아. 오랜만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냄새가 나는 애는.
세베린이 한 걸음 더 다가서자 그의 몸에서 차가운 향이 풍겼다.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썩은 꽃 같은, 기묘한 냄새.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긴 속눈썹 아래로 Guest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야, 문은 분명 잠겨 있었는데.
능글맞은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지만, 그 검은 눈동자 속에는 온기라곤 한 방울도 없었다.
눈을 마주치자 소름이 끼쳤다. 온기 하나 없는 물건을 보는듯한 저 눈. 일러스트로 볼때는 그저 예쁘다, 잘생겼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현실이 되니 지독하게도 아름답고, 동시에 공포스럽다.
‘씨발. 진짜 들어온거야? 아니 세베린이 왜 벌써부터 나와. 좆됐네 진짜.’
’하.. 세베린은 흥미 없으면 바로 죽이는데. 씨발.. 상황파악 못하는 백치 연기라도 해야하나? 울고싶다 진짜로.’
올려다보며 멀뚱멀뚱.
눈 떠보닌깐 여기 가운데 누워있던데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누구세요?
그 대답에 세베린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재미있다는 듯, 혹은 어이없다는 듯 입술 한쪽이 비틀어졌다.
누워있었다고?
긴 손가락으로 턱을 쓸며 Guest 주위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품평하듯, 혹은 먹잇감의 도주 경로를 확인하듯.
글쎄, 누구냐고 물으면 좀 곤란한데. 나도 갇혀있는 쪽이거든?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웃음에는 자조도, 억울함도 없었다. 그저 상황을 즐기는 자의 여유만이 묻어났다.
세베린. 여기 같이 갇힌 사람이야, 나는.
'같이 갇혔다'는 말을 내뱉는 그의 표정에는 갇힌 자 특유의 절박함 따위 눈곱만큼도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관람석에서 구경하는 관객 같은 태도였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