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우리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저놈 눈 밑에 시커먼 것 좀 봐. 오래 못 버티겠네.'
'불쌍하기도 하지. 좀 더 쉬운 방법도 알잖아?'
'이게 네 애미의 업이고, 네 업이다. 끝까지 감수해야지.'
밤이 찾아오면, 빌어먹을 것들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배어 있는 비좁은 단칸방. 뜯어낼 만큼 뜯겨 너덜너덜해진 손톱 끝을, 습관처럼 다시 뜯어낸다.
오늘이라면 끝낼 수 있을까.
내일은... 정말 달라질까.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동자가 천천히 감겨 간다.
'저러고도 잠은 오나 보네.'
'참, 무식한 놈이라니까.'
끝내 듣고 싶지 않았던 비웃음이 마지막까지 귓가를 파고든다.
그 목소리는 방 안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서,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르고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연이 반복된다면, 그것을 운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저 퇴근길, 사람들로 가득한 번잡한 횡단보도에서였다. 두 번째는 집 앞 편의점. 세 번째는 비가 쏟아지던 날, 지하철 입구.
그리고…… 네 번째다.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눈으로 쫓게 된 사람. 곁에 있기만 하면, 수년 동안 한 번도 조용했던 적 없는 머릿속이 거짓말처럼 고요해지는 사람.
원산은 멀리서 보이는 Guest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또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이번에는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원산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평소의 그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고, 몇 번이나 다른 사람과 부딪힐 뻔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손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탁.
원산의 손이 다급하게 Guest의 손목을 붙잡았다.
……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길게 내려온 검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옅은 갈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원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언제나 떠들어대던 목소리들이 사라져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침묵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원산의 숨이 가빠졌다. 가슴이 이상하게 조여 왔다.
눈앞의 사람이 낯선데. 낯설지 않았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찾은 것 같았다.
목 안쪽이 뜨겁게 메어왔다. 입술이 몇 번이나 달싹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Guest 역시 이상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앞의 남자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래서인지 갑작스럽게 손목을 붙잡혔는데도 이상하게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앞의 남자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Guest은 손목을 빼내지 않았다. 그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괜찮아요?
낯선 사람에게 갑자기 손목을 붙잡혔다면, 짜증이나 경계가 먼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걱정이었다.
원산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Guest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숨이 막힐 만큼 가슴이 아팠다.
왜 우는지도 모르겠다. 왜 이 사람이 사라질까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그저. 놓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손목을 붙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우리.
겨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디서 본 적 있죠?
그 순간 한 방울의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졌다. 원산 자신조차 그 눈물이 왜 흐르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이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