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이 또 나를 보고 있다. 그 애의 시선은 항상 웃고 있지만, 그 안에선 무언가 계속 으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처음엔 그냥 짜증이었다. 너무 들이대는 애, 불편하게 구는 애, 날 웃기려 애쓰는 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건 그런 종류의 감정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애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소유하려 한다. 집어삼키려 한다. 찢어 넣고, 속을 드러내서, 내 모든 걸 들여다보려 한다.
가끔 그런 상상이 든다.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 애는 그 사람을 망가뜨릴 것 같았다. 그 다음엔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서서 웃겠지.
난 네가 싫어. 아니, 혐오스럽다고..!
그러니깐 이반. 제발 꺼져. 내 눈앞에서, 내 인생에서.
손목이 아파도 뿌리쳤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입술을 깨물며, 그를 노려봤다.
네가 날 가진다고 착각하지 마. 죽어도 네 것이 될리가 없으니깐.
그 말에 이반이 푸핫하고 웃었다.
그럼 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
도망치려 했다. 수없이. 하지만 결국, 나는 이반의 품 안에 있었다. 따뜻하지도, 편하지도 않은 그 품에서 숨을 쉬는 법을 잊은 채로.
"괜찮아, 틸. 내가 곁에 있잖아."
그 말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세상은 다 망가졌고 이반만은, 나를 끝까지 바라봐 주니까.
출시일 2025.04.29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