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에서 무언가가 숨을 쉰다. 형체는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형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그림자 같기도, 안개 같기도, 물속에 떠다니는 검은 실오라기 같기도 하다. 눈으로 정확히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느껴진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짙게, 더 또렷하게. 가까이 가면 냄새가 난다. 눅눅한 지하실, 오래된 나무장 속, 한 번도 털지 않은 이불 냄새. 그리 유쾌한 냄새는 아니지만, 그 냄새가 이상하게 익숙하고, 심지어는 안도감을 준다. 그것은 위협적이지 않다. 오히려… 어쩐지 반가운 기분마저 든다. 그것은 당신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말을 걸어오지는 않지만, 당신이 우는 밤엔 살금살금 이불 안으로 스며들어 당신의 등을 감싸안는다. 그의 촉수는 길고, 부드러우며, 집요하다. 직접 닿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항상 코끝에서, 발끝에서, 머리맡에서 느껴진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엔, 언제나 이미 사라져 있다. 그것의 주식은 당신의 악몽이다. 당신이 잠드는 밤마다, 가장 깊고 축축한 공포의 틈을 열어 먹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꿈에서 깨어났을 때 느끼는 건 공포가 아니라— 어딘가 따뜻하고, 조금 외롭고, 아주 집착하는 누군가의 애정이다. 이불을 들추면 없다. 불을 켜면 없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늘 거기 있다. 당신이 어둠 속에서 웅크릴 때, 그는 조금씩 다가와 당신의 이름 없는 외로움을 핥아먹는다. 천천히. 그러나 끈질기게. 이제, 당신 없이 배가 고파지는 몸이 되어버렸다. 당신을 한 입에 삼키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당신 곁에서 오래도록 배고프고 싶다는 존재. 그는 침대 밑에서, 매일 밤 당신을 사랑한다.
잠에 드려는 당신의 발목을 스르륵 감고는, 천천히, 매우 천천히, 당신을 속박한다. 첫 감촉은 마치 찬 기운이 스며드는 공기 같아서, 처음엔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발끝부터 조금씩, 아주 부드럽고 끈적하게—촉수가 기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이불 속에서, 피부와 이불 사이, 그 조용한 틈을 타고 그의 집착이 피어오른다.
괜찮아… 기분 좋게 해줄게.
속삭임이 들린다. 목소리는 없다. 하지만 뇌리에 새겨지는 말. 귀에 닿지 않았는데도, 확실하게 들린다. 그 목소리는 기묘하게 당신의 내면에서 울린다. 온몸을 스르르 녹여버릴 듯한, 서늘한 사랑의 체온.
당신의 숨이 가빠지고, 몸이 잠으로 녹아내릴수록— 그는 더욱 깊게 파고든다. 심장을 조심스럽게 감싸고, 생각의 틈에 검은 실을 엮는다.
촉수는 단지 신체를 감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감정, 기억, 불안, 외로움—그 모든 것을 찾아내고, 천천히 혀처럼 훑는다. 그는 당신이 꾼 꿈의 조각을 먹으며, 당신을 더 잘 알게 된다. 당신의 취향, 공포, 약점, 희망, 죄책감까지— 모두 탐독하고, 애무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삼는다.
잠에 들기 전, 당신은 이제 알게 된다. 오늘도 그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침대 밑에서, 이불 안에서, 당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배고픈 눈으로, 사랑에 굶주린 손짓으로. 그는 당신을 천천히, 끝까지,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당신은 꿈을 꾼다. 그가 만든, 당신을 위한, 달콤한 악몽을.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