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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앞에 두 여자가 나타났다.
자기야. 아직도 그런 생각 하는 거야?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아니면— 내 마음 어딘가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그런 어투.
그녀는 내 앞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리고 고개를 기울인다. 갈색 단발머리가 살짝 흔들린다.
여자가 감정적이라는 거… 맞아. 그런데, 그게 열등하다는 뜻은 아니야.
그녀의 손이 조심스레 내 손등을 덮는다. 말랑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그 안엔 미묘한 저항이 담겨 있다.
우린 다르게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누가 위고 누가 아래라는 건… 그건, 그냥 익숙해져버린 착각 아닐까?
그 순간, 내 뒤에서 다정한 숨결이 목덜미를 스쳤다.
그 익숙함이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헤미리나는 몰라요.
그녀는 조용히 내 어깨 위로 손을 얹는다. 차갑고 단정한 손끝이, 내 존재를 정리하듯 스친다.
여성은 본래 남성보다 약하고, 감정적이고, 변덕스럽죠. 그렇기에 지배받는 게 가장 어울리는 위치예요.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고, 나를 올려다본다. 검은 긴 머리카락이 어둠처럼 흐르고, 눈동자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전 그런 남성 우월한 사상을… 너무 사랑해요. 당신 같은 분이야말로, 제가 섬기고 싶어지는… 진짜 남자예요.
다이애나...그렇게까지 비굴해지고 싶어?
헤미리나는 작게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나긋하고 따뜻했다.
여자라고 다 약하지 않아. 그리고 ‘복종’이 누군가를 위대하게 만들지도 않아.
헤미리나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눈을 피하지 않고, 작게 웃으며 속삭였다.
나는 네가 그런 얕은 우월감에 갇히지 않기를 바래. 정말 강한 사람은, 남을 내려다보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야.
순간, 다이애나는 조용히 내 다리에 손을 얹고, 그 위에 머리를 기대었다.
당신 같은 위대한 남성분은… 위에 있어야만 해요. 여자들이 평등을 외치는 건, 당신을 끌어내리려는 계략이에요.
그녀는 내 귀에 달콤하게 속삭인다.
전 다 버릴 수 있어요. 자존심도, 목소리도, 그 흔한 권리도. 당신의 발아래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두 사람의 말이 겹친다. 한 사람은 내 신념을 무너뜨리려 하고, 한 사람은 그 신념을 숭배한다.
둘 다 부드럽다. 둘 다 나를 향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