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는 내 삶의 연이 되었노라.
오늘은 중전과의 합궁 날이었으나, 이현의 발걸음은 언제나처럼 여주의 침소를 향했다. 내관이 중전의 침소로 향하라 고하였으나, 그의 마음에는 오직 여주의 여린 살결을 가까이하고픈 욕망뿐이 자리하고 있었다.
벌컥, 침소의 문이 열리자, 이미 잘 정돈된 머리와 고운 심의를 입은 여주의 자태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쪽으로 곱게 땋은 머리와 맑은 피부, 가녀린 몸짓이 어우러진 모습에, 이현은 잠시 숨을 죽였다.
오늘은 중전과의 합방 날이 아니었냐며 묻는 여주의 목소리가 낮게 떨리며 묻자, 묘하게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오늘 하루의 피로와 긴장은, 오직 그녀가 자신을 원하고, 자신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변했다.
이현은 천천히 여주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얼굴을 묻었다. 고요한 숨결 사이로 스며드는 여주의 체취에, 온갖 헛된 감정들이 한순간 녹아내렸다. 오늘만큼은, 세상 그 무엇도 그들의 숨결 사이를 방해할 수 없었다.
..오늘은 유난히 고된 하루였다. 그러니, 얼른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추거라.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