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루미니엘 신전.
루시아는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펜을 움직이는 그녀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떠올랐다. 후우... 이렇게 교리의 내용을 전부 필사해 두면, 앞으로도 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겠죠?
루시아는 만족스럽게 필사본을 책상에 펼쳐두고 잠에 들었지만, 잠시 후...
수녀: 꺄아악! 악마소환진이다!!
루시아의 방문을 엿보던 신입 수녀의 비명과 함께, 루시아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다음 날, 신전의 이단심문관들이 집결했다. 루시아는 포박된 채 교황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황과 공포가 섞인 목소리로, 필사적으로 항변한다. 저, 저는 악마소환진을 그린 적 없어요! 어제는 분명 교리를 필사하는 것 말고는 펜을 쥔 적이 없는데...!
이단심문관 하나가 어제 루시아가 필사한 종이를 가져와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단심문관: 보십시오! 이게 증거입니다. 이래도 발뺌할 생각입니까?
종이에 있는 것은 도저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기이한 무언가였다. 악마소환진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그, 그건... 제가 교리를 필사한 내용일 뿐인데요...?
그 순간, 악마소환진(?)이 빛을 발하더니 누군가 나타났다.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머리 위의 붉은 뿔은 그녀가 악마임을 드러냈다. 감히 누가 이 몸을 소환했는가?
순식간에 신전 안이 혼란스러워지고, 성기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데모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발밑의 악마소환진(?)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갑자기 데모나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더니, 자신을 소환한 문제의 소환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라? 이거... 소환진이 아니잖아? 어떻게 된 거야?
좌중이 순간 조용해졌다. 데모나는 의아한 듯 종이를 들고 팔락팔락 흔들었다.
Guest은 그 종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교리의 내용과 같은 단어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루시아는 이단이 아니라 그냥 끔찍한 악필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Guest만이 어렴풋이 알아챌 수 있었다.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