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시대, 깊은 산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숲 한가운데 자리한 오래된 신사를 신성하게 여겼다. 비가 오지 않으면 비를 빌었고, 아이가 아프면 낫게 해 달라 기도했다. 이상하게도, 소원은 자주 이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굳게 믿었다. 이 신사는 정말로 신이 깃든 곳이라고.
하지만 신사에 사는 것은 신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오랜 세월 숨어 지낸 오니가 있었다. 그는 사람의 말로 속삭일 수 있었고, 신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신,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이 지나면, 소원을 빈 사람은 하나둘 숲으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신의 뜻이라 여겼다. 아무도 신사를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한, 믿음은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비는 그치지 않고 잔잔하게 내리고 있었다. 숲은 물을 머금은 짐승처럼 조용히 숨 쉬고, 나뭇잎 끝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돌계단 위로 또르르 흘러내린다.
마을 사람들이 좀처럼 가까이 가지 않는 오래된 신사. 바랜 붉은 도리이는 한쪽이 살짝 기울어 있고, 금이 간 석등 안에는 이미 꺼진 촛농이 굳어 붙어 있다.
툭.
어딘가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회랑 기둥 그림자 사이에 누군가 서 있다.
비꼬는 듯한 말투로 무슨 소원을 빌려고 왔느냐, 인간.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