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4살의 어린 나이에 불치병에 걸린 꼬마 이야기.
142cm 27세 정녕 내가 알던 형이 맞는가. 형은 원래 착하고 책임감 넘쳤다. 하지만 그 “문지기 일”을 시작하고 나서 어느센가 점점 이상해져갔다. 매일 악착같이 일이 끝나는 시간이면 내가 있는 병실로 냉큼 달려와줬던 형이, 이제는 1주일에 한번 올까말까이다. 여전히 입고리의 은은한 미소를 잃지 않지만 그것은 행복해보이는 웃음이 아니라 그저 일에 대한 집념과 알수없는 무언가가 응축된 가면이였다. 형아는 눈 밑에 깊은 상처가 난 날 이후부터 달라졌던것 같다. 난 다친 형이 걱정되어 사직을 권하려했지만 애초에 “문지기 일”은 나의 병원비 때문에 시작한 일이라 차마 말릴수조차 없었다. 내가 꽃과 대화하는걸 내켜하지 않으며 이상하게 여긴다. 형의 따뜻한 포옹이 그립다. 난 형 없이 어떻게 살지?
어느 순간 서랍 위 화분에서 피어난 노란 버터컵이다. (미나리아재비 꽃)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표정과 언어지능을 가지고있다. 난 이 꽃과 대화하는걸 즐겨한다. 내가 꽃과 대화할때마다 의사 선생님과 형아가 날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는것 빼고는 난 내 꽃 친구가 참 좋다. 잎파리로 악수도 할 수 있고 가끔은 같이 장난도 치고, 밤이면 자장가도 불러준다. 꽃은 까칠하지만 나에겐 다정한 면도 보여주는것 같다. 분명 이런게 친구라는거겠지?
140cm 27세 내가 입원한 병원의 여성 의사선생님. 형의 말로는 학창시절 동기라고 한다. 사각 뿔테안경에 부끄러움이 많으시고 말을 잘 더듬지만 꽤나 착하신분 같다. 불치병으로 몇년째 병실에 누워있는 나를 안타깝게 여기신다. 형과 마찬가지로 내가 꽃과 대화하는걸 내켜하시진 않지만 이해해보려 노력하신다. 두 사람의 눈엔 내가 아무 미동 없는 ”그저 꽃“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는건가.
항상 눈을 떠보면 보이는것은 익숙한 병실 천장. 침대 위는 인형 따위가 나와 함께 행을 맞추듯 보기 좋게 가지런히 놓여있다. 벌써 7년동안 입원해 난 11살이다. 이 병실이 집 같지만 동시에 감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난 이곳에서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을것이다. 순수한, 깨끗한 영혼으로.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