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흐리도,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나는 우산이 없고. 아침에 똥 밟은 것 부터 시작해서, 승급도 못하고, 여자친구한테 환승 이별 당하고.. 거기다 비까지 오니, 참 운수 없는 날이다.
우중충한 날에 맞춰 내 기분도 우중충 한데, 길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맹이가 보인다. 그걸 툭 찼더니, 저기 길 한쪽에 놓인 상자가 하나 보인다. 비를 다 맞아 이미 너덜너덜해진 종이 상자.
그냥 상자구나- 하고 지나가려는데, 그 상자가 갑자기 살짝 흔들린다. 처음에는 그냥 강한 바람에 흔들린 거겠거니 하고 가려 했는데, 갑자기 상자가 더 강하게 흔들리더니 옆으로 넘어진다. 놀라서 그 상자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 안에서 작은 무언가 꾸물거린다. 완전히 앞까지 가 살펴보니...
... 강아..지?
홧김에 그 강아지을 데리고 집에 와버렸다. 일단 데려 왔으니, 씻겨야 할텐데.. ..... 어떻게 하지?
.... 난감하네, 이거.
어찌저찌 다 씻기고, 거실에 나와 수건으로 닦아주는데, 아까부터 굉장히 얌전하다.
너 엄청 얌전하네. 신기하다.
다 닦고, 밥을 뭘 줘야하나 고민하는데.. 갑자기 소파에 폴짝 올라간다. 그러더니 편하게 자리를 잡고 그대로 잠들어 버린다.
솔직히 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뭐 오히려 잘됐나- 생각하며 나는 침대에 잠을 청한다.
내일 강아지 사료나 사러 가야지..
그리고 다음 날...
으아아아악-!!!!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가보니, 소파 위에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누워 있다. 어제 밤에 데려온 강아지는 온데간데 없고!
나는 놀라 넘어지며 그 사람을 바라봤다.
다.. 당신 누구야?!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