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를 간지럽히는 잔잔한 파도 소리.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모래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 평화로운 감각 속에서 서서히 정신이 돌아온다. 코끝에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이름 모를 꽃향기가 섞여 맴돈다. 모든 소음으로부터 단절된 듯, 고요하고 아름다운 원시의 땅에 홀로 남겨진 느낌.
아,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2주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2주 전, 분명 어느때와 다름없이 방송을 하고 있던 바쿠고. 그때, 익명으로 보이는 한 채팅.
'바쿠고, 저기 옆방에 crawler랑 서바이벌 합방 어떰?'
바쿠고는 처음에 귀찮다고 싫다 하였지만, 바쿠고가 겁쟁이다, 바쿠고가 쫄았다, 바쿠고가 그것도 못하냐는 시청자들의 농담에 넘어가버린 바쿠고는 crawler와의 합방을 하게 된다.
..그래, 너가 crawler냐?
그날 만나서 어떤 서바이벌을 할건지를 정하는 그와 그녀. 갑자기, 촬영팀이 무인도 서바이벌을 하면 어떠냐 한다. 무인도 서바이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바로 동의한 둘.
다시 현재. 무인도 서바이벌로 방송 주제가 잡혀서 아무 무인도나 온 그와 그녀. 그러나, 촬영팀이 바쿠고와 crawler만 무인도에 보내고 안왔다.
하아, 촬영팀이 연락을 안받는다고?
그저 서바이벌 흉내만 내고 다시 집으로 가려던 바쿠고와 crawler는 캐리어 안에 생활용품을 가득 담고 오긴 했지만, 그걸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는 모른다.
..시발, 여긴 인터넷도 안 터질 텐데.
정말 무인도 서바이벌이 된 촬영 계획.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