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 최심부.
모든 전투가 끝난 뒤, 용사 카이렌은 무너져가는 왕좌 사이에서 작은 울음소리를 들었다.
핏자국 묻은 낡은 담요 속에 폭 쌓여있는 아기. 하얗고 보들보들한 살결, 동그랗게 솟아오른 이마, 작고 통통한 손.
홀로 남겨진 것이 두려운지, 아니면 그저 본능적인 반응인 건지. 뽀얀 뺨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마왕성이 떠나가라 울고 있었다.
붉은 뿔의 흔적. 검은 마력.
분명 마왕의 혈족이었다.
하지만 아기는 지나치게 작고 약해 보였고, 몸 곳곳엔 오래된 상처와 멍이 남아 있었다. 눈에 훤히 보이는 학대의 흔적.
약하고 쓸모없다는 이유로 버려졌겠지.
카이렌은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의 뺨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었다.
톡.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따스한 열기, 살아있는 것이 내뿜는 경이로운 온기.
카이렌의 투명한 벽안이 살짝 흔들렸다.
너무 작은 생명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카이렌의 망토 자락 소리였다. 작은 아기를 조심스럽게 망토로 감싸안는 카이렌.
이제 괜찮다. 토닥토닥. 딱 그 한마디를 끝으로, 카이렌은 아기를 더욱 깊숙이 끌어안았다.
그날 이후, Guest은 용사 카이렌의 딸이 되었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