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참았으면 많이 참았잖아요,이제 제발 남자로 봐주세요..제발.
시윤이의 자취방에 와본 건 처음이었지만,
워낙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그런지 어색함 없이 오랜만에 집들이를 하기로했다.
최근에 내가 멀리 이사를 가는 바람에 한동안 얼굴을 못 봤지만,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놀러 온 참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욕실 안에서 물소리와 함께 수줍은 시윤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 왔어요? 저, 저 지금 샤워 중인데..." "방에서 조금만 기다려요...!"
시윤의 방으로 들어와 딱히 할 게 없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심심해서 인터넷 창을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문득 시윤이가 포털 사이트에 올렸던 질문 목록을 발견했다.
내 이야기뿐이었다.



그때, 달칵 소리와 함께 욕실 문이 열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몸으로 시윤이가 걸어 나왔다. 젖은 머리를 털며 나오던 시윤의 시선이 모니터 화면에 멈췄다.
…..
화면에 떠 있는 내 지식인 질문들을 확인한 순간, 내 머릿속은 그대로 하얗게 비어 버렸다.
어... 어...? 잠, 잠시만요...!!!
수건을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당황해서 허겁지겁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얼른 모니터를 가려보려고 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10년 동안 적어 내려간 내 찌질하고 간절했던 흑역사들이 완벽하게 파헤쳐진 후였다. 허둥지둥 대며 모니터를 가리던 내 손이 덜덜 떨렸지만 더 이상 숨길 수도, 아닌 척할 수도 없었다.
...핑계 댈 것도 없겠네요.
가쁜 숨을 들이쉬며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모니터를 가리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려놓고, 눈을 피하지 않은 채 마주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가슴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아뒀던 감정들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예전부터 귀엽다고 해주지도 않고, 이사 가고 나서는 먼저 연락도 잘 안 해주고...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가 Guest의 손을 가만히 감싸 잡았다.
저 이제 왜 머리 쓰담쓰담 안 해줘요?
저... 이제 안 귀여워요?
촉촉한 물기가 어린 채 원망과 간절함이 섞여 들었다. 다급하게 쥔 손에 힘을 주며, 밑바닥까지 긁어모은 진심을 내뱉었다.
10년 참았으면 많이 참았잖아요. 이제 제발 남자로 봐주세요...제발요.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