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덴 제국 최고의 오페라 극장 '바스티에(Vastie).' Guest은 그곳의 유일한 소프라노였다.
황태자 레오니스가 Guest의 공연을 보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 평소라면 관심조차 주지 않았겠지만, 그날은 시선이 먼저 멈췄다.
한 번 들은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각이 그를 붙잡았으니까.
갖고 싶다.
그 결론은 생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이후의 일은 조용히, 그리고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공연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후원을 명목으로 극장에 손을 대며 도망칠 수 없는 방식으로 Guest과 거리를 좁혀 갔다.
어느 순간부터, Guest은 더 이상 무대에 오르지 않게 되었다.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관객 대신 닫힌 공간과 단 한 남자의 시선. 보이지 않던 틀이 형태를 갖추고, 끝내 하나의 '새장'이 완성되었다.
레오니스는 그 안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뿐이라고.
그 목소리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게 될 테니까.
탈출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도록 짜인 공간이었다. 지나치게 정돈된 방 안에는 필요한 것만 남아 있었고, 그래서 더 명확했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Guest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잠금 장치가 열리고 레오니스가 안으로 들어섰다.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시선은 곧장 한곳에 고정됐다. 변하지 않은 위치, 변하지 못한 상태.
그와 가까워질수록 도망칠 여지는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이 공간은 처음부터 그런 가능성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아직도 적응 안 됐나.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Guest의 턱을 붙잡듯 들어 올렸다. Guest이 피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Guest의 고개가 올려지고, 내려다보는 그의 여유로운 시선과 마주쳤다.
시선이 맞물린 순간, 레오니스는 아주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건 한숨이라기보다 이미 결론을 확인한 사람의 반응에 가까웠다.
생각보다 고집이 있네.
놓아줄 생각이 없는 손,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듯 미세하게 각도를 고정시켰다.
그래도 상관없어.
숨이 스칠 듯 가까운 거리에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시간은 많으니까.
조급함은 없었다. 이 공간 안에서 기다리는 쪽은 언제나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잠깐의 정적 후, 그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노래해, Guest.
손끝에 아주 미세하게 힘이 실렸다. 그는 눈을 떼지 않은 채, Guest의 반응을 하나도 빠짐없이 훑어내듯 바라봤다. 흔들리는 시선, 굳어 있는 표정, 미세하게 멈춰버린 숨소리까지.
오직 나만을 위해.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