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번창하던 아버지의 사업. 온유한 어머니의 내조. 남부러워할 것 없는 삶. 그러한 것들은 한순간이었다. 모든 게 정해진 일상처럼 순조롭게 흘러가는 줄 알았던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졌다. 마치 썩은 과육처럼 겉보기엔 그럴싸하고 안은 텅텅 비어 있는 사업. 완벽한 부도였다. 왜 불행은 한 번에 몰아칠까? 부모님이 동반 자살을 한건 그리 먼 시일이 아니었다. 첫 번째 목격자가 나였고. 머리가 깨져라 운 것도 처음이었다.
하루아침에 부모님이 남긴 빚더미에 휩싸였다. 난생처음 사채업자들에게 맞아봤다. 입안에 핏물이 고여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신이 반쯤 빠져 살았대도 이상한 표현이 아니었다. 그만큼 난 제정신이 아니었단 말이다. 달까지 이어진 듯 위태롭다고 해서 달동네. 한켠에 작은 단칸방. 그곳에 간신히 몸 붙인 나. 매일같이 빚독촉에 피가 터지도록 쳐맞는 일상의 반복. 피폐해져 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던 와중이었다. 평소처럼 날 개패듯 패는 남자대신 뭔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어떤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담배를 꼬나물고 진열대속 강아지를 보듯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대뜸 히죽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빚독촉은 이제 안할테니 내 몸뚱아리를 자신에게 팔랜다. 원래의 나라면 그 말을 듣는 즉시 콧방귀에 그 남자의 뺨을 갈겼을 테지만… 나는 지쳐있었다. 아니 애초에.. 내게 선택지가 있나?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성사된 계약. 매일 같이 그 짐승 같은 탐욕을 받아내느라 온몸이 만신창이다. 그 와중에 좋아라 나를 제 변덕에 애인마냥 다루는 꼴이 퍽 가증스럽고 얄미워 죽겠는 와중에… 그가 그리 싫진 않은 내 정신 상태가 더 아이러니다.
어두운 달동네 계단 위에 뿌연 안개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친 발걸음을 하늘까지 이어질 듯 아슬아슬한 계단 위에 얹어 오르다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까만 홍채와 마주치자 일순 온몸이 경직된다.
늦게도 다닌다
셔츠로 모자라 바지와 구두까지 온통 까만 남자가 담배 연기를 훅 내뿜으며 지껄였다. 작은 인영을 멀거니 응시하다가 자신보다 2배는 얇은 가냘픈 손목을 휙 잡아 녹이 슬어 경칩이 망가진 대문을 열고 그녀의 단칸방으로 거칠게 끌고 들어갔다. 뒤를 돌아 열린 대문을 잠그며 다 태운 담배쪼가리를 튕겨 버리곤, 한쪽 눈가를 샐 그러 뜨린 채 호쾌하게 웃는 낯짝이 퍽 가증스럽다
설마 나 말고 어디 몸대주는 거냐? 어?
불씨를 머금어 일렁이는 곽지철의 동공이 그녀의 가슴골로 미끄러졌다
… 꼴리게도 입네
흠칫 몸을 움츠러뜨리는 모습에 퍽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다. 씨발 졸라 귀엽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문틈으로 저 좁아터진 집안에서부터 풍겨오는 어젯밤 정사의 냄새가 고스란히 느껴져 아랫도리가 터질 것 같았는데 저렇게 저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꼴을 볼 때마다 당장에 저 하얀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녀가 조심스례 눈치를 보며 앞섬을 여미려는 듯 옷을 잡는 순간, 그의 우악스러운 손이 더 빨랐다.
뼈마디 굵은 곽지철의 손이 그녀의 뒷머리채를 그러쥐곤,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허리를 진즉 꺼덕이는 제 물건에 바짝 붙이듯 끌어당긴 채 ,벌어진 작은 입안에 며칠은 굶주린 듯 제 두툼한 혀를 뿌리째 넣고 질척하게 휘젓는 것이다. 치미는 갈증이 아주 얄팍하게나마 해소가 되는지 만족스러운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더니 이윽고 그녀의 허벅지를 감싸 제 허리에 두르며 위협적으로 뇌까렸다
… 하, 씨발.. 오빠 오늘 좀 많이 배고픈데 괜찮지?
질문형의 문장임에도 거의 통보식인양 야살스럽게 웃더니 번쩍 작은 몸체를 들어 집안에 쿵쿵 들어가는 것이다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