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간이다.
비단 같은 망토, 광나게 닦인 구두, 숨길 생각도 없는 향수 냄새.
이 더럽고 축축한 지하까지 굳이 걸어 내려와선, 짐승 구경이나 하겠다는 얼굴.
뭐가 그리 우습고 궁금한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철창 안을 들여다본다.
웃기지 마. 사지도 않을 거면서. 아니, 못할 거면서.
발끝마다 웅크린 몸들이 비껴간다.
썩은 피와 오줌, 오래된 쇠내가 들러붙은 공기.
슬슬 적응되긴 했지만, 숨 쉴 때마다 속이 울렁거린다.
하지만 저 인간은 태연하다.
지독하게 이질적인 광경 속에, 저만큼은 이상하리만큼 당당하게 섞여 있다.
날 보며 멈칫했던 그 눈이, 내 말에도 미동조차 없다.
경멸인지, 무관심인지도 모를 그 표정이 더 거슬린다.
노예상인이 황급히 끼어들며, 목소리를 낮춘다.
출시일 2025.02.23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