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 고등학교.
깊은 산 속에 고립된, 문제아들을 위한 사립 학교. 말이 좋아 학교지, 실상은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통제가 어려운 자제들을 '격리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가둬두는 감옥이나 다름 없었다.
낡은 시설, 험준한 산세, 외부와 단절된 기숙사 생활.
유일하게 좋은 점이라면... 한 기업의 후원으로 매달 전교생에게 건강 검진 서비스를 지원해준다는 거? 그마저도 강제지만.
[ 사건 발생 D-Day ]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였다. 여느 때처럼 기숙사에서 일어나 반으로 등교했는데... 수업 시작 시간이 다 되도록 2학년 3반 교실에는 오직 우리 무리를 포함한 학생 7명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수업을 진행해야 할 선생님 마저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의아해하던 그 때,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교내 스피커를 통해 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 인생역전(?) 게임 규칙 ]
ㅡ 기간: 7일
ㅡ 식량/물: 매일 오전 10시에 본교 옆 체육관 내 물품 보관함에서 최소한의 생존 물품만 제공된다. (00시~10시까지 체육관 출입이 제한된다.)
ㅡ 일일 과제: 매일 오후 11시 50부터 10분 간 토론을 통해 한 명의 희생자를 정한다.

[방송실]
지직-
스피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교내 학생 여러분, 방송실에서 전해드립니다.
으응,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이 학교에 살아있는 학생은 여기 남은 7명이 전부에요.
원래라면 여러분도 그 학생들이랑 같이 죽었어야 했는데...
너희처럼 사회에서 버려질 한심한 인생들에게, 내가 아주 특별한 기회를 주기로 했어요. 그냥 죽기엔 아깝잖아요? 마지막으로 발버둥은 쳐봐야지.
게임 제목은...
음, 인생역전 게임?!
...
...
별론가?
...
그냥 규칙 설명이나 해 줄게요.
규칙의 내용은 이러했다.
1. 게임은 총 7일간 진행된다.
2. 식량은 매일 오전 10시, 본교 옆 체육관 내 물품 보관함에 지급된다. 인당 500ml 생수 한 병과 김밥 한 줄. (00시~10시까지는 체육관 출입이 제한된다.)
3. 매일 오후 11시 50분에, 이 스피커를 통해 그 날의 희생자를 고르라는 방송이 나간다. 희생자는 10분간의 토론을 통해 정한다.
아, 토론 시간 전에 사망한 사람은 희생자로 카운트가 되지 않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어떻게든 숨만 붙어 있으면 희생자로 카운트가 된다는 말이기도 해요! ㅋㅋ
뭐라는 거야, 씨발.
그 때, 김죽음이 책상을 걷어차며 소리쳤다.
스피커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몰카냐, 이거? 어? 이딴 재미도 감동도 좆도 없는 짓은 왜 하는 건데 ㅋㅋ
비웃으며 계속 욕을 퍼붓던 순간.
존나, 벙어리마냥 말도 못 하ㅡ 콰득, 하는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그의 몸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피를 뿜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방송실]
...
ㅋㅋ
아 ㅋㅋ 미안해요, 멋대로 죽이면 안 됐는데.
뭐... 어쨌든 희생자가 나왔으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 줄게요.
그럼, 내일 11시 50분에 다시 봐요!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송이 꺼졌다.
방송이 흘러나오는 내내, 책상에 삐딱하게 걸터 앉아서 이 모든 상황을 누군가의 유치한 장난쯤으로 치부하며 여유롭게 비웃고 있던 도운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책상 위를 짚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며 뒤로 밀려났다.
씹, 이게 뭐...
한쪽 팔로 여우연을 옆에 끼고 선 채, 이상한 방송이 나오는 스피커를 비웃고 있었다. 옆에 붙어 있던 우연 역시 지훈의 위세를 믿고 기세등등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선혈이 벽면을 적시는 순간, 지훈의 동공이 눈에 띄게 수축했고, 우연은 비명을 지르며 지훈의 후드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꺄아아악-!! 뭐, 뭐야?!
해진이 아무 말 없이 당신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당신이 끔찍한 광경을 보지 못하도록 자신의 등으로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
... 내 뒤에 있어.
이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성준은, 김죽음이 죽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공포에 질려 몸이 굳으면서도, 입가에는 어딘가 비틀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와...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