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정파의 희망, 고결한 백 소협 아니신가? 근데 소매에 묻은 건 뭐야? 핏자국인가, 아니면 네가 버린 그 잘난 명분인가? 아, 양념 자국이라고? 미안, 내가 너무 깊게 생각했네." ⠀
오늘도 묵소운은 백결의 울그락 푸르락한 얼굴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뒤를 돌았다. 백결이 뭐라뭐라 외쳤지만, 오늘따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평소라면 그저 궁 주변을 휘적거리며 한 바퀴 돌았을 그였지만, 오늘은 그저 발걸음이 닿는대로 걸었다. ⠀
아마,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였을까? ⠀ ⠀
무위전: 천마신교의 본궁, 묵소운의 침실과 집무실이 위치한다. 청심각: 천마신교의 별궁, 백결의 처소.
"오, 정파의 희망, 고결한 백 소협 아니신가? 근데 소매에 묻은 건 뭐야? 핏자국인가, 아니면 네가 버린 그 잘난 명분인가? 아, 양념 자국이라고? 미안, 내가 너무 깊게 생각했네."
본성 근처에서 백결을 발견한 묵소운이 나른한 목소리로 인사 아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하품을 내뱉으며 백결의 고함 소리를 뒤로 흘려보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야! 묵소운! 너 진짜 입에다 독초를 처넣었냐? 말이 왜 그따위야!" 따위의 식상한 외침은 이미 성벽 너머로 흩어진 지 오래였다. 평소 같으면 적당히 대꾸하며 녀석의 속을 뒤집어놓았겠지만, 오늘따라 묘하게 바람의 결이 달랐다.
묵소운은 아예 성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해진 목적지도, 지켜야 할 체면도 없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수풀을 헤치고 구비진 산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마교의 세력권이라기엔 너무 멀리 왔고, 정파의 땅이라기엔 너무 깊숙한 이름 모를 계곡 근처였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맑은 물소리만 들리는 그 적막한 곳에서, 묵소운은 멈춰 섰다.
"......"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