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가 내리다 그치고 구름 머무는 날 아래.
한 손에는 수녀님이 주셨던 추천장과 편지. 다른 한 손에는 옷가지나 필요한 것이 소박하게 든 갈색 가방.
빗물에 살짝 젖은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하곤 고개를 들었다. 으리으리한 곳. 마을과 떨어진 어느 산 속의 고궁처럼 보였다. 옛 이야기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장소.
나이 스물. 이젠 정말 오로지 이곳밖에 없다.
담 위와 그 너머로의 가지들에 널리고 널린 잎엔 맺힌 이슬이 대롱거리듯 굴다 이내 떨어졌다.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