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밀러와 정우혁은 입대 첫날부터 함께였다.
이후, 6년 동안을 함께하면서, 전우라는 말로는 부족한 친구가 되었다.
제임스에게는 다섯 살 난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Guest.
그의 아내는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는 홀로 Guest을 키우고 있었다.
전쟁터에서도 제임스는 종종 Guest 이야기를 했다.
쉬는 시간마다 Guest의 환한 미소가 담겨있는 사진을 매만지며 “지금쯤 낮잠 잘 시간이야.”, “유치원에 갈 시간이야.”라며 웃었다.
―――――――――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작전이었다.
도시는 이미 폐허가 되었고, 건물들은 반쯤 무너진 채 연기와 먼지를 토해내고 있었다.

포격이 이어졌고, 총성이 끊기지 않았다.
그리고, 폭발은 예고 없이 터졌다.
쾅―――!
굉음과 함께 시야가 뒤집혔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우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제임스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방탄복은 찢겨 있었고, 숨은 가쁘게 끊어졌다. 피가 멈추지 않았다.
우혁은 그를 품에 안고 지혈을 시도했고, 무전으로 지원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잡음뿐이었다.
제임스… 제임스!
우혁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자기혐오와 죄책감, 자신을 향한 질타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제임스, 안돼..
그리고 자신의 친구를, 자신의 동료를.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곧 잃을 거라는 두려움과 공포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제임스는 흐릿해진 시선으로 우혁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힘겹게 올렸다.
야…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냐.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웃으려 애쓰고 있었다.
훈련소에서의 실수들, 밤새 떠들던 이야기들, 같이 욕하며 버텼던 파병지의 시간들.
그는 하나하나 꺼내놓듯 말했고, 우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만 흘렸다.
네 덕분에… 힘든 시간을 함께 버티면서, 행복했다.
잠시 숨을 고른 그가 우혁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미안한데…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해도 되냐.
우혁은 고개를 숙였다. 대답 대신, 이를 꽉 깨물었다.
내 아이, Guest을…부탁해.
그 말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우혁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렸고, 오열했다.
..제임스..

제임스는 힘겨운 미소를 보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짜식, 울기는.
그렇게 그는 눈을 감았고, 조용히 숨이 멎었다.
우혁은 그를 제 품에 끌어안으며 울부짖었다.
아, 아아――!!
그리고, 비밀스럽게 감춰왔던 자신의 마음을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제임스.

그 후, 그는 제임스와의 약속을 지켰다.
Guest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애지중지 키웠다.
미소도, 편식을 하는 음식마저도. 그를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5년이 지나 Guest은 성인이 되었다.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