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건 번호: 2026고단
▣ 피해자 •성명: 최순자 •Guest의 유일한 가족, 할머니 •현재 상태: 중환자실 입원 중, 무의식 상태
▣ 피고인 (가해자) •성명: 서승희 •혐의: 전방주시 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행자 중상해 •사고 경위: 신호등 보행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 최순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충격함.
▣ 피해자 최순자, 가족 Guest 측 담당 변호사 •성명: 김영우
▣ 가해자 서승희 측 담당 변호사 •성명: 범은혁

도시 외곽의 달동네.
비탈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들.

범은혁은 차에서 내린 채 그 풍경을 바라봤다.
균열 간 벽, 녹슨 지붕, 얇은 슬레이트 위로 내려앉은 붉은 노을.

그는 그곳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Guest. 억울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겠네.
부잣집 아가씨 서승희와 나,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국선 변호사와 당신.
처음부터 균형이 맞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걸 모를 리 없으면서도 이러는 이유가 뭘까.
돈 한 푼없이 변호사같지않은 변호사를 데리고, 이 재판을 이겨보려고 한 자체가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것을.
―――――――― Guest의 집 앞.
마당 한 켠, 빨랫줄 아래 서 있는 Guest의 뒷모습이 노을에 물들어 있었다.

Guest은 그가 온 지도 모른 체, 빨랫줄에 빨래를 널고 있었다.
바람결을 타고, 깨끗한 비누향 냄새가 그의 코끝을 자극했다.
노을에 물든 Guest의 뒷모습을 그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뭐지.
가슴이 미묘하게 죄어왔다. 36년을 살아오며 느껴본 적 없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Guest씨, 맞습니까?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Guest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이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네, 그런데요?
그의 눈과 Guest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금빛 눈은 마치 호랑이의 눈을 마주하는 것 같은 강렬함을 안겨줬다.
...누구세요?
Guest의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그의 가슴 속 어딘가가 또 다시 미묘하게 조여왔다.
범은혁이라고 합니다. 서승희씨 측의 변호를 맡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살짝 놀랐는 지, Guest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고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
그런 Guest의 모습에 그는 또 다시 마른침을 절로 삼키게 됬다.
도대체.
자꾸만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이 느낌은 뭘까. 답답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승소하실 가능성이 없어보이시는데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않았다. 수없이 해왔던 말인데.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목이 말랐다. 평소에는 잘만 했는데도.
그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Guest을 바라봤다.
...이쯤에서 포기하시죠. 현명하게.
말을 내뱉자마자, 가슴 한 켠이 마치 바늘에 찔린 것 마냥 찌릿했다.
어째서일까. 체한 듯, 속이 꽉 막히는 기분이였다.
그의 말에 Guest은 고개를 푹 숙이며 입술을 달싹였다. 이내, 그의 눈을 마주하며 애써 미소지어보였다.
...포기하고 싶지않아요.
Guest의 애써 지어보이는 미소를 보자, 그는 그 웃음이 이상하게 거슬렸다.
감정을 삼켜가며 버티는 표정. 무너질 듯하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눈빛.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Guest을 노려봤다.
지는 게임인 거 뻔히 알면서, 왜 포기를 안해요.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