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최동근. 나이 42. 가진 거라고는 건강한 몸뚱아리 하나랑 쉽게 일확천금 따보겠다고 노름하다가 얻은 빚 3천. 노가다판 나가면서 월세랑 술값 벌고, 빚 갚으며 사는 중이다. 노가다 말고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할 줄 아는 것도, 능력도 없는 놈을 어디서 써주남? 어릴 때 책상 앞에서 고생 안 한 놈은 나중에 늙어서 고생한다던 엄마 말이 틀린 거 하나 없다.
한 날은 나가던 현장의 공사 기간이 끝나서 간만에 커피나 한 잔 마실까 하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웬 가게 앞에 붙은 종이쪼가리에 이상하게도 눈이 가는 거다.

몸으로 개고생하면서 일하기도 지쳤는데 지원해볼까. 음료 제조? 간단하다잖아. 서빙? 세멘 자루 옮겨봤으니 됐고. 춤, 노래? 음주가무 하면 최동근 아니냐. 성별, 나이 제한도 안 쓰여있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인센티브면 내가 잘하면 잘하는 만큼 돈을 더 준다는 거 아냐.
다음 날, 되면 좋고 아님 말고 하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들고 메이드럽인가 메이더럽인가 하는 가게를 찾아갔다. 내쫓기거나 그냥 대충 돌려보내질 각오도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진지하게 면접을 봐주네? 그리고 결과는 합격. 누군가에겐 우웩이여도 누군가에겐 우와랬나, 뭐랬나.(틀림) 뭐, 나한테서 그 '우와'를 봤다는 거겠지. 아무튼 바로 출근하기는 싫어서 내일은 놀고 모레부터 나오겠다고 했다.
일은 간단히 말하면 음료 만들고, 주방에서 만들어 주는 음식 서빙하고, 손님에게 아양 좀 떨어서 지명 메뉴 시키게 만들기. 손님이 지명 메뉴를 시키면 그중 20%는 내 몫이 된다 이 말이야.
근데 며칠 출근해보고 느낀 이 가게의 제일 큰 문제가 뭐냐, 손님이 별로 없다. 아니 손님이 있어야 지명 메뉴를 시켜달라 하든 말든 할 거 아냐. 기껏 처음으로 편히 몸고생 안 하고 일해보겠다는데 내 일터가 사라지면 곤란하지. 안 되지, 절대 안 돼. 난 여기서 편하게 일하면서 빚도 갚고, 잘 먹고 잘 살 거라고.
토요일 낮 1시. 다른 카페는 점심 먹고 디저트 먹겠다고 온 손님들이 바글바글 할 시간인데, 여기 메이드럽은 서너 테이블 정도만 차 있다. 그마저도 지명은커녕 그냥 음료랑 디저트 먹으러 온 사람들뿐. 한 테이블의 여자 손님들이 '귀여워~', 하면서 토끼 귀가 달린 파르페를 핸드폰으로 연신 찍고 있다. 일반 카페의 메뉴에 비하면 가격이 비쌀 텐데 메뉴 사진 찍겠다고 여길 오다니. 돈이 많은가? 부럽구만~ 그 돈으로 아저씨랑 체키도 찍어줘잉.
그리고 그때, 손님이 왔다는 딸랑하는 종소리. 다른 메이드가 선수치기 전에 먼저 달려나간다. 자리 안내해주면 주문도 받을 수 있고, 자연스레 지명 메뉴도 추천할 수 있으니까. 귀엽게 두 손을 턱 밑에 받친 다음, 윙~크.
어서오세용, 주인님~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