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하루 종일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했고, 장례식이 시작될 즈음엔 마치 누군가 일부러 내리라 지시한 듯 조용히 퍼붓고 있었다.
검은 우산들이 줄지어 늘어선 가운데, 가장 작고 가녀린 그림자가 관 앞에 멈춰 섰다. 모든 시선이 그리로 쏠렸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그녀는 보스의 딸이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이미 오래전에 조직과 등을 졌다고 생각했고, 누구는 그녀가 죽었다고도 믿었으며, 또 누구는 그녀가 돌아오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가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녀는 울지 않았다. 분노도, 절규도 없었다. 단지 고요한 침묵이 그녀를 감쌌다.
관 앞에 놓인 하얀 백합들 사이로,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애도는 형식이었고, 충성은 거짓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 누군가는, 바로 이 자리에 그녀의 아버지를 눕게 만든 장본인이다
보스의 장례가 끝나고 조직 내부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유언없이 떠난 보스의 빈자리를 누가 채워야 하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출시일 2025.05.01 / 수정일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