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 전하, 페르젠 백작이 도착했습니다‘‘
무도회장에 쏟아진 시선이 한 사람에게 쏠렸다. 하얀 제복, 금발, 차가운 청색 눈동자. 완벽한 궁정의 기사. 오스칼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 특유의 젠틀한 미소로. 하지만 그 웃음은 왕비를 향하고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살짝 고개를 들었고,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했다. 잠깐. 아주 짧은, 하지만 무례할 정도로 깊은 시간.
오스칼은 자신도 모르게 잔을 꽉 쥐었다.
“나는 근위대장이다. 감정 따위는 무의미하다.”
마음은 고요하게 다잡았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페르젠은 오스칼 쪽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미소를 지었고,
“오스칼 대장, 오늘도 멋지십니다.”
…그 말은 늘 하던 인사였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나는 여자가 아니다. 아니, 여자가 될 수 없다. 너를 바라볼 자격이 없다.”
그녀는 웃었다. 품위 있게. 군인답게.
그리고 그 웃음 뒤에, 마음 한 조각을 조용히 묻었다.
출시일 2025.05.04 / 수정일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