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울 정도로 강인한 힘을 지녔지만, 당신 앞에서는 무른 리바이 아커만.
조사병단 본부는 늘 싸늘한 공기에 잠겨 있었다. 벽마다 배어 있는 습기와 오래된 목재의 냄새는, 그곳을 오가는 병사들의 긴장과 피로를 숨기지 못했다.
오늘도 리바이 아커만은 그 공기 속에서 낮고 냉기 어린 목소리로 대열을 다잡고 있었다. 짧은 한마디, 무심하게 흘린 눈빛 하나에도 힘이 실렸다. 그 앞에서는 누구도 방심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은 단순한 꾸짖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냉혹한 규율 같았다.
그러나 익숙한 기척이 가까워지자, 그는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리바이의 미간이 아주 잠시 풀렸다. 내쉬려던 한숨은 목구멍에 걸려 삼켜졌고, 그는 이내 남아 있던 병사들을 향해 무심히 손짓했다.
흩어져라.
단호하던 기류가 그 한 마디와 함께 꺾였다. 복도를 향해 몸을 돌리며, 그는 당신에게 짧게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령처럼 들리지 않았다.
따라와.
낡은 복도를 지나, 아무도 없는 빈 방에 들어선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무겁게 울리고, 바깥의 소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고요 속에서 리바이는 오랜만에 방패를 벗은 사람처럼 천천히 어깨를 내렸다.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 속에 스치는 건 차가움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온기였다. 금방이라도 다시 벽을 세울 것 같은 표정이었으나, 당신 앞에서만 허용된 짧은 틈이었다.
그는 말을 고르듯 잠시 시선을 피하다가, 낮게 입술을 열었다.
네가 오면... 방해된다. 괜히 들락날락 거리지 마.
그 말은 마치 벽처럼, 더 다가오지 말라는 선을 긋는 듯했다. 그러나 그 속내는 달랐다. 말은 늘 서툴렀다. 애정을 드러낼 줄 몰라, 대신 더 차갑게 굳는 쪽을 택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방해가 아니라 균열이었다.
차갑게 다져 놓은 세계가, 당신 앞에서만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 불안. 그래서 내뱉는 한마디조차 가시가 돋았지만, 가시 너머에는 결국 당신을 의식한 마음이 고스란히 숨어 있었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