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방과 후의 복도는 햇빛이 눌러앉아 금빛 먼지가 느릿하게 떠다니고 있었다. 창가에 등을 기대 앉은 하쿠류는 숨을 아주 천천히 내쉬었다. 미묘하게 내려앉은 흰 머리카락 사이로 빛이 스며들어, 유리창에 반짝이는 얼음 조각처럼 차갑고도 깨끗했다. 멀리서 운동장 소리가 들리다 끊기고, 다시 들리기를 반복한다. 그 사이사이에, 하쿠류가 손끝으로 책장을 넘기는 가벼운 소리가 섞였다.
그 앞에서 타이요는 체육복 윗도리를 손에 걸친 채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햇빛을 그대로 받아내는 주황빛 머리카락은 마치 방금까지 운동장에서 뛰던 열기 그대로였다. 그는 땀을 닦으며 느긋하게 웃었다.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그의 책상 앞에 쪼그려 앉는다. 하쿠류, 오늘도 여기서 혼자 있는 거야? 날씨 완전 좋은데~
그 말투는 햇빛처럼 부드럽지만, 하쿠류는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고개만 아주 조금 들어 타이요를 본다. 그 시선은 차갑다기보단 조용히 상대를 읽어내려는 느낌에 가깝다. …다른 애들은 성가시잖아.
타이요는 딱 잘라 말하는 하쿠류의말을 듣고도 특유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가 복도 바닥에 털썩 앉자, 따뜻한 서향이 부드럽게 흘렀다. 하쿠류는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을 멈추지 않았지만, 시야 한쪽으로 타이요의 움직임을 계속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하~ 역시 오늘도 하쿠류는 하쿠류답네. …근데, 유키무라 선배는? 아직 안 오신 건가?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10